경인지역 민영방송 사업자 선정이라는 방송계의 ‘뜨거운 감자’는 식지 않았다. 방송위원회가 23일 경인지역 민영방송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고 공모를 유찰 시킨 가장 큰 이유는 사업자 선정에 따른 부담감을 해소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업자 선정 심사는 지난 17일 공식적으로 시작됐지만 이미 지난해 말부터 방송가와 정치권에서는 공모 유찰 설이 떠돌았다. 청와대가 특정 컨소시엄을 밀고 있다거나 열린우리당 모 의원이 봐 주고 있는 컨소시엄이 있다는 등의 각종 의혹성 소문도 흘러나왔다. 방송위는 일단 유찰 이유에 대해 공모에 참여한 5개 컨소시엄 모두 1,000점 만점에 적격 사업자 기준인 650점에 미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방송위는 지난해 10월 사업자 선정기준을 발표하면서 사업자 허가추천에 필요한 기준점수에 충족하는 사업자가 없을 경우 추후별도의 정책을 검토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기준점수 미달이라는 표면적인 이유 아래에 이번 사업자선정이 정치권 등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됨에 따라 정치적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방송계에서는 보고 있다. 소문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5개 컨소시엄들끼리 상호 비방이 계속됐고, 시민단체와 언론노조까지 ‘진흙탕 싸움’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위로서는 어느 하나를 사업자로 선정할 경우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되기 때문에 일단 어느 사업자도 선정하지 않고 공모 자체를 유찰 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모가 과거 신규 사업자 선정과 달리 재허가가 거부된 iTV를 대체할 사업자 선정이라는 점도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iTV는 대주주와 노조간에 계속되는 갈등과 함께 허약한 재정능력, 자체제작 부실 등 방송사가 가질 수 있는 모든 문제점을 드러내며 국내 방송역사 최초로 사업자 추천 거부라는 사태를 초래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방송위 위원회 임기가 오는 5월 9일로 만료된다는 점도 부담감에 한 몫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양휘부 방송위 상임위원은 이에 대해 “5개 컨소시엄이 모두 탈락한 것은 심사위원들이 다시는 경인지역에 iTV와 같이 민방 사업자가 실패하는 사례가 없었으면 한다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5월 임기 전에 선정을 끝내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유찰로 공모에 응모한 5개 컨소시엄 구도 자체는 일단 어떤 방식이든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더 큰 덩치를 만들어 오라는 이른바 ‘그랜드 컨소시엄’을 각 사업자들에게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다음 공모에 각 컨소시엄들이 합종연횡하면서 2~3개로 재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