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기지개 켜나” 기대감

수출호조에 힘입어 경기가 다시 회복조짐을 보이고 금리도 오름세를 타자 기업의 자금 수요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특히 여유자금으로 대출금을 갚는 데 주력했던 대기업들이 다시 은행 돈을 끌어 쓰기 시작해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외환 등 8개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잔액은 지난 20일 현재 지난 20일 33조6,632억원으로 10월 말 33조1,142억원에 비해 5,49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은행 대출은 SK글로벌 사태로 자금시장이 극도로 혼미했던 지난 3~4월 일시적으로 급증한 것을 제외하면 올들어 매월 적게는 2,000억원에서 많게는 2조3,000억원까지 계속 감소해 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7월 대기업대출이 1조원 가량 이례적으로 늘었지만 이는 6월말 반기 결산 때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 일시 상환했던 대출금을 7월초에 다시 늘린 때문”이라며 “투자가 극도로 부진해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GM대우차가 지난 10월 신차모델개발 등에 필요한 투자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권에서 5,000억원을 빌린 데 이어 최근 추가 대출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대엔지니어링, 삼보컴퓨터 등의 중견 기업들의 대출신청이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채시장도 지난 10월 11개월 만에 순발행으로 돌아서 회사채발행 잔액이 2,423억원 증가했다. 특히 회사채 발행금액 중 시설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7월 0.6%에서 지난달에는 10.8%로 급등해 설비투자 용도의 자금조달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한 기업여신 담당 임원은 “삼성ㆍLG그룹 등의 일부 주력기업들도 대출금을 매월 큰 폭으로 줄여왔지만 이 달 들어서는 금리 추이를 지켜보며 관망하는 상태”라며 “최근 경기회복신호와 금리상승세를 지켜보며 낮은 금리로 미리 자금을 조달하는 등 자금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늘리는 것은 연말의 일시적인 자금수요와 금리 상승에 대비하려는 측면도 있어 `추세 전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은행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도 기업금융시장이 올해보다 10.3% 증가한 7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내년 기업대출예산을 올해(14조원)보다 20%가량 확대할 방침이다. <최원정기자 abc@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