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6월 9일] '열등한' 로마인이 세계를 호령했던 이유

변동식(CJ헬로비전 대표)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로마인이 대제국을 건설한 비결은 무엇일까”하고 자문하면서 그 해답으로 ‘로마의 개방성’을 꼽았다. ‘나와 다른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상대를 포용해 ‘문화의 다원성’으로 완성시킨 로마인들의 개방성이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단일민족을 강조해온 우리나라의 지난해 혼인건수 가운데 11%는 외국인과 혼인해 꾸린 다문화 가정이었다. 농촌 지역에서 결혼한 10쌍 중 4쌍은 국제결혼이라고 한다. 다문화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문화 가정 역시 공평한 기회를 부여 받고 한국인으로서의 소속감을 갖게 하는 것은 사회 발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세계화 시대 속에 우리의 미래 생존을 위해서라도 개방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필자의 회사는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헬로어스(Hello Earth)’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동량인 청소년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외국인 강사와 함께 세계 각국의 음식과 민속놀이 등 ‘나와 다른 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캠페인의 골자다. 낯선 외국인 강사를 처음 만났을 때 쭈뼛쭈뼛함은 잠시, 학생들이 어느새 함께 손을 잡고 다양한 다문화 체험에 열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동안 막연하게 가져왔던 ‘다르다’라는 차이점이 선입관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가 끼고 있던 색안경이 얼마나 부질없고 약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직접 체험해보니 다른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앞으로 다른 문화에 대해 좀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학생들의 소감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뛰어 넘어 ‘문화의 다원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라는 사실로 한국이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문화 가정을 지원하자’는 구호도 우리 문화가 우월하니 이 속에 다른 문화들을 일방적으로 집어넣자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양한 문화적 차이와 특성을 포용하면서 상호 간의 창조적인 교류를 통해 보다 나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다문화를 통한 문화의 다원성을 갖춘 사회로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 로마인은 주변 타민족에 비해 열등했다. 하지만 문화의 다원성을 바탕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문화의 다원성을 통해 세계화 시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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