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美·日경기와 한국경제

우리 경제 하반기엔 회복 가능할듯장소:서울 롯데호텔 칼톤룸 일시:3월 22일 목요일 오전 7시 참석자: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한성택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정태승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 미국과 일본에서 촉발된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일본 경제는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장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성장이 급속히 둔화되고 물가는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정부ㆍ학계ㆍ재계의 전문가를 초청, 경제좌담회를 갖고 미ㆍ일 경기를 진단하고 한국경제의 돌파구를 모색해봤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일본 경제는 엄청난 부실규모와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회복의 탈출구가 보인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은 일본의 선진기술을 국내에 도입하고 수출점유율이 1%에 미달하는 프랑스 등 유럽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지표상으로는 다소 회복국면에 접어든 우리 경제는 하반기에 들어서야 비로서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한성택 경제정책국장 지난해 4ㆍ4분기부터 국내 경기가 급속히 둔화되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속도가 빠릅니다. 다행히 올들어서 기업들의 경기실사지수나 소비자들의 심리지수를 보면 경기회복이 기대되지만 최근 일본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다 미국 경제 역시 경착륙과 연착륙 기로에 놓여 있어 향후 경기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은 3개월 전만 해도 경착륙 의견이 소수였고 연착륙 기대가 많았지만 최근들어 반반정도로 비관적 전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미국 경제가 시간이 흐를수록 당초 예상보다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국내총생산의 60% 이상이 소비인만큼 소비심리가 매우 중요한데 주가가 예상보다 더 떨어지니까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습니다. 소비가 안되니까 기업매출이 줄고 수익성이 악화, 또 다시 주가가 떨어져 결국에는 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는거죠. 그러나 노동시장이나 기업ㆍ금융기관 등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미국만큼 건실한 나라가 없는 것 같아요. 경착륙까지 갈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나스닥에 거품이 끼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미 경제의 펀더멘털이 건실하기 때문에 조정 과정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설령 금년에 1% 미만의 성장의 경착륙을 해도 내년에는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 국장 미국 경제가 요즘처럼 전망이 엇갈린 적이 없습니다. 이 원장님 말씀처럼 소비측면에서 경기 전망을 할 수 있지만 이것 외에 정보기술(IT) 산업을 통해서도 전망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IT 산업이 미국의 호황을 이끌어 왔는데 현 상황을 'IT 산업이 설비투자 과잉과 인터넷 사업의 수익성 급락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단기 조정과정이냐' 아니면 '지난 10년간의 중장기적 기술성장이 막바지에 와서 새로운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으면 장기불황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태승 전경련 전무 미국이 최근 새로운 산업의 효과가 커서 주식에 거품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러한 상황을 전통산업과 조화되는 시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IT 산업이 전통산업과 연관될 경우 산업 전반적으로 높은 효율성을 갖게 됩니다. 그러면 효율이 높아지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가 곧 올 것입니다. 현재는 나름대로 이러한 안정을 찾아가는 시기로 볼 수 있다는 거죠. 어느 정도 안정되면 주식도 자리매김을 하고 소비불안 심리 역시 안정될 것입니다. 설령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해도 우리가 경착륙이라는 단어에서 느끼는 것처럼 그렇게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원장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IT분야의 기술혁신이 계속 이뤄져야 호황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인데 '기술혁신이 한계에 왔느냐' 또는 '기술혁신이 숨고르기 과정이냐'에 대한 판단입니다. ▦정 전무 새로운 기술의 태동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관련 산업 전반으로 전달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처음에 산업이 일어나면 효과가 급격히 나타나지만 경제 전체로 전파되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효과는 서서히 올 것입니다. 미국이 현재 이런 과정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원장 미 대통령의 의회 보고서를 보면 미국의 생산성이 경기 변동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추세적으로만 생산성이 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생산성이 가장 많이 올라간 부문은 물론 IT 분야죠. 다음으로 높은 분야가 금융과 유통입니다. 이것이 서비스업과 제조업으로 까지 확산될 경우 이들 분야에서도 생산성이 상승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이것이 조심스런 낙관론의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금융분야가 너무 커져서 경제의 안정도를 위협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침체가 온다거나 단기적으로 금년이나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키는 그린스펀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 국장 미 경제의 낙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책 수단의 여유를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재정흑자를 유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감세정책이나 재정지출 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의 여력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금리도 이전에 충분히 높였기 때문에 향후 금리정책의 여유가 있습니다. 이번 에 금리인하를 0.7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로 결정한 배경에는 실물경기가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낙관론에 근거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원장 일본 경제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정 전무 일본은 제조업이 많은데 제조업체의 후계자가 큰 문제입니다. 일본 공장 하나하나가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업체가 굉장히 많은데 젊은 후계자들이 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기업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이 원장 일본 경제는 80년대와 90년대가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니ㆍ워크맨 등 히트상품을 잇달아 내놓았던 일본이 90년대에 들어서는 새로운 히트상품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 경제는 혁명적인 기술혁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끊임없는 개선을 통해서 성장해 왔습니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홈런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안타에 의존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안타를 못 치는데 이는 제조업이 일본 경제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창조적인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조업이 세계적으로 대부분 과잉시설인데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윤이 낮아져 제조업이 더 이상 성장에 기여를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시스템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일본 경제의 어려움은 상당히 오래갈 것 입니다. ▦한 국장 그렇습니다. 일본도 거품 붕괴에 따른 현재 자산디플레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원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제조업의 돌파구가 안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도 그동안 실물부분의 실력보다 상당히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는 소니 같은 훌륭한 기업도 많지만 부실기업이 많습니다. 일본은행의 부실채권이 13%나 되고 규모도 64조엔에 달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우리가 부실채권을 5%정도로 낮추려고 하는 것에 비하면 이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일본은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구조개혁이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 정부가 구조개혁을 하기 위해 70조엔의 공적자금을 조성했지만 실제 사용한 액수는 10조엔 밖에 되지 않습니다. 구조조정을 해야하는데 이를 두려워해서 자금을 준다고 해도 받아가지 않는 것입니다. ▦정 전무 일본 경제가 그렇게 된 것은 폐쇄성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제조업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폐쇄적으로 운영하다 보니까 다른 나라보다도 효율이 훨씬 떨어지고 있습니다. 유통쪽에서는 미국보다 3~4배나 많은 인력을 갖고 있습니다. 폐쇄성을 빨리 탈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결국 일본이 어려운 것은 미국 중심의 세계화의 흐름에 대해 일본은 계속 예외를 고집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WTO(세계무역기구)체제에서도 알게 모르게 고립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국장 일본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자기들이 만든 '메이드인 재팬' 에 대한 브랜드의 우월성을 고집했습니다. 따라서 일본 제품을 제외하고 우리나라나 동남아국가의 제품은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격은 싸더라도 어느 정도 질이 괜찮은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수출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정 전무= 일본은 제조업의 노령화로 인해 실제 사장과 회사원이 노인이어서 젊은 경영진 등이 없어서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하이테크 제품을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나라는 적합합니다. 우리 나라는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고 지리적으로 근접하기 때문입니다. 노동시장만 안정되면 우리가 일본의 선진기술을 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정보통신(IT)산업 분야는 일본이 외국인력을 도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이스라엘과 인도가 강하지만 우리가 일본과 문화적으로 비슷하고 앞서는 분야도 많기 때문에 우리가 참여할 여지가 많습니다. ▦한 국장 그렇습니다. 대불공단과 진사공단 등에서 외자를 유치하려는데 일본의 하이테크에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본의 선진기술을 유치하는데 최적지이지만 노사분규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부분만 안정되면 우리나라로 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우리 경제에 상당히 희망적입니다. 정부는 특히 부품소재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 이 부분이 한국 경제의 장래 비젼에서 핵심 부분입니다. 일본의 내부 상황으로 인해 밖으로 밀어내려는 것을 우리나라로 흡수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산업정책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첫째, 대일 부품의 수입의존도를 줄여 만성적인 대일적자가 해소될 수 있습니다. 둘째, 우리를 추격하는 중국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고기술을 우리가 보유하지 않으면 중국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한일 관계에서 일본이 하이테크로 계속 올라가면서 한국의 추격을 벗어난 것처럼 우리도 하이테크로 중국을 따돌려야 할 것입니다. ▦한 국장 원장님께서 중국을 말씀하셨는데 수출의 다변화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외 수출비중을 보면 미국 22%, 일본 12%로 미ㆍ일이 총 34%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66%에서 수출을 늘릴 여지는 없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죠. 유럽(EU)시장은 14%를 차지하는데 경제 규모로 볼 때 수출을 늘릴 여지가 많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0.5%, 오스트리아는 0.3%에 불과합니다. 이런 나라에 대한 시장 개척이 필요합니다. 또 중동의 오일머니를 끌어오는 노력도 필요하지요. 앞으로 유럽ㆍ중국ㆍ동남아시장쪽을 공략하면 다변화전략이 성공할 것입니다. ▦이 원장 국내 경기로 넘어와서 언제쯤이면 우리경기가 회복될까요. ▦한 국장 복합적인 요인이 있어 단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외 여건의 추이를 2~3개월 더 지켜봐야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초 전망보다 대외 여건 나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한적인 경기 조절책이나 예산조기배정, 구조조정의 마무리로 인한 시장의 불확실성 감소, 자금시장에 대한 보완책 등으로 인해 기업금융의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어느 정도 하강할 것 인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입니다. ▦정 전무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논의 이전에 경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저는 기업들의 투자마인드가 어떻게 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투자마인드가 높아지려면 노사관계의 안정이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제조업체 현장에 가보면 전혀 노사안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임금으로 인한 고비용 구조에다 생산성 저하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노사안정이 확보되면 투자 마인드가 살아날 것입니다. 임금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상황에서 3.5% 인상은 흡수할 수 있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어려워 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료보험 등 사회적 불안이 경기악화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한 국장 지난해이후 노사가 어려운 상황을 맞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노사문제에 있어서 기업의 투명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재무제표 등에서 강화된 기준이 지켜진다면 노사문제도 안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과거의 경우를 보면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노사 불안의 원인이 되었기 때문이죠. 이익을 보든 손해를 보든 경영성과가 투명히 공개되고 분배의 룰이 제대로 성립되면 분쟁할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정 전무 기업들도 투명경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회계법인이 기업감사를 할 때 옛날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투명회계로 대전환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원장 정부는 상시구조조정 체제로의 전환을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이것이 지켜져야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거죠. 상시구조조정 체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속요소가 있습니다. 기업 지배구조가 제대로 정착돼 감사나 소액주주가 제대로 기능하고 금융기관이 기업을 제대로 평가해서 부실 징후가 보이면 조기 조치를 취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상시 구조조정체제를 작동하는데 필요한 이 모든 구속요소를 상시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상시 구조조정 제도의 진척사항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국장 정부도 이를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동시에 기업들은 국제 기준에 따라 회계의 투명성, 소액주주, 이사회와 사회이사 기능 등을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잘 지키는 기업에게는 자동적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금리부담이 낮아지는 등 자연스럽게 인센티브가 돌아올 것입니다. 경영진과 주주들이 이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 전무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을 요구하고 싶습니다. 외국처럼 기업을 아껴주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해야 수출이 잘되고 수익도 늘어나 주가가 올라가게 됩니다. ▦한 국장 한국 사회에 신뢰가 많이 상실돼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고 시행착오라는 것이 있는 이상 정부나 노사 모두 서로를 감싸 안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리=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최윤석기자 yoep@sed.co.kr <사진>(왼쪽부터)한성택 국장 이경태 원장 정태승 전무/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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