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자연을 따라간 발길 예술에 빼앗긴 눈길

■ 리조트 미술관 봄나들이
곤지암리조트 갤러리 '다르'
휘닉스아일랜드 '아고라' 등
유명작품 전문화공간 역할시…

휘닉스아일랜드 '어제의 하늘'

오크벨리 '이울어진 모자상'

오크밸리의 대형 숯 모빌

곤지암리조트 알랭 토마스의 '해바라기 부케'

청명과 한식도 지나고 이제 완연한 봄으로 접어들었다. 날이 갈수록 짙어지는 봄 내음 속에 가족과 함께 가까운 리조트로 봄 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레저 휴양 시설인 리조트들이 고객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음악회나 야외 콘서트 등 문화예술 공연을 펼치는 것은 물론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하는 갤러리를 운영하는 등 고급 문화공간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국내외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을 야외 공원에 전시하거나 내부 인테리어에 미술 작품을 활용한 곳도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전문 큐레이터가 함께 하는 곤지암리조트=경기도 광주의 서브원 곤지암리조트는 휴양과 문화의 조화를 콘셉트로 한 리조트답게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하는 아트 갤러리를 운영하는 한편 리조트 곳곳에 미술품을 설치했다. 리조트 뒤쪽 정원에 설치된 줄리아노 반지(Giuliano Vangi)의 '길(Percorso)'이라는 작품은 우유빛 대리석인 삐에트라 브라츠로 2년 넘게 제작된 조각상이다. 가로 10.51m, 세로 3m, 높이 4.14m 크기의 이 작품은 인류를 상징하는 남녀와 봄을 상징하는 나무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지난 1931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반지는 현존 작가의 작품은 성당에 설치할 수 없도록 한 이탈리아 전통에도 불구하고 1997년 파도바 대성당의 본당 개축 때 설교단 및 제단의 조각을 완성할 정도로 최고의 조각가로 통한다. 작품 '길'은 약 50억원짜리 작품으로 곤지암리조트 전체 공사비 1%에 달한다고 한다.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하는 아트 갤러리 '다르'에서는 오는 25일까지 프랑스 현대작가 알랭 토마스(Alain Thomas)의 회화 17점과 판화 10점 등이 전시된다. 알랭 토마스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작가일 수 있지만 프랑스 명품 도자기 브랜드인 하빌랜드(Haviland)가 그의 이름을 딴 시리즈를 내놓았을 정도로 유럽에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작가다. 세심한 관찰력, 감각적인 색채, 미니멀한 표현 기법을 통해 세련된 작품 세계를 창조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알랭 토마스는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아틀리에 안에 60여종의 동물을 사육하며 작업하는 독특한 작가다. ◇아트가 살아있는 한솔 오크밸리=4계절 종합 리조트 오크밸리는 골프빌리지의 7,500평 부지에 조성된 오크밸리 조각공원에서 헨리 무어(Henry Moore)의 기울어진 두 조각의 조형물 '기울어진 모자(Reclining Mother&Child)'를 비롯해 국내외 유명 조각가들의 명작들을 만날 수 있다. 해외 작품으로는 세자르(Cesar)의 '빌따누즈의 사람', 토니 스미스(Tony Smmith)의 '윌리(Willy)', 조지 시걸(George Segal)의 석고상 '두개의 벤치에 앉아 있는 연인' 등이 눈에 띄며 국내 작품으로는 강대철의 '생명의 나무', 고정수의 '그리움은 저 별이 되어', 민복진의 '가족', 윤영자의 '애(愛)'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 있다. 스키빌리지 곳곳에도 박선기, 전광영, 박영남 등 국내 유명 작가들의 예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클럽하우스 전 층에 걸쳐 계단의 형상을 띤 대형 숯 모빌(Existence-Stairs), 한지와 혼합 자료로 된 독특한 작품 '집합체(Aggregation)', 레스토랑 '애플'의 벽면을 채우고 있는 사과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 입체물 '큰 사과(Big Apple)' 등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유럽의 미술관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제주의 자연 머금은 휘닉스아일랜드=휘닉스아일랜드는 제주의 아름다운 절경과 함께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작품까지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섭지코지의 해안선을 따라 자리잡은 클럽하우스 '아고라'는 '빛의 건축가'란 극찬을 받는 마리오 보타의 작품. 마리오 보타는 이미 국내에선 강남 교보빌딩, 삼성미술관 리움 등을 설계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자연 채광이 풍부한 섭지코지의 환경을 적극 활용, 건물 전체를 피라미드 형태의 유리로 만들어 낮에는 땅과 태양의 기운을 받고 밤에는 피라미드로부터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밖으로 기운을 발산하는 듯한 이미지를 준다. 아고라 유리 지붕 안에는 회화와 조각을 넘나드는 여류작가 안종연의 조형물 '광풍제월'이 설치돼 있다. 마리오 보타가 직접 안종연 작가에게 작품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진 이 조형물은 낮에는 해가 되고 밤에는 달이 된다는 의미로, 비바람이 그친 뒤 고요해진 밤 하늘에 떠오른 보름달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이 땅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의미의 명상 공간 '지니어스로사이'는 등대를 지나 섭지코지로 향하는 길목에 있다. '태고 적부터 간직해온 대지의 정기가 숨쉬는 곳'이란 콘셉트를 표방하는 지니어스로사이에선 문경원 작가의 미디어 아트가 3개의 전시실에 각각 다이어리, 어제의 하늘, 섭지의 오늘이라는 주제 아래 전시돼 있다. 정동향을 향해 손을 벌린 기하학적 평면에 태양과 바다, 바람을 담아낸 '글라스하우스' 1층에 있는 '파랑' 갤러리에서는 강봉옥 사진작가의 '제주야생화' 전시회가 이달 말까지 열린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