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만으론 협상 못이겨… 공격카드 필요"

한미 FTA 전문가 긴급 점검
추가 협의 데드라인은 연말 車·쇠고기 여전히 핵심변수
한·EU FTA로 美가 더 급해 "서두를 필요 없다" 주장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의가 제2라운드에 들어갔다. 데드라인으로 정했던 한미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이 나며 한ㆍ미 정상은 협상 결렬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진 채 돌아섰다. 조속히 합의를 이루겠다고 밝혔지만 자동차ㆍ쇠고기 등의 핵심 쟁점에 대해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어느 한 쪽의 양보 없이는 쉽게 타결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ㆍ미 FTA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서울경제신문은 FTA 전문가 5명에게 향후 전망 및 우리측 대응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공격과 수비 균형을 맞춰야=향후 협상전략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도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우리측 입장을 당당히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최석영 FTA교섭대표가 밝힌 '이익의 균형'과 맥락을 같이 하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측 공격 카드에 대한 발굴 노력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궁금하다"면서 "공격 무기 없이 수비만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는 결코 협상에 이길 수 없고, 오히려 협상을 망칠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도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쇠고기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쇠고기와 자동차간 빅딜은 균형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우리가 얻어낸 부분이 하나도 없다면 대국민 설득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부터는 우리의 원칙이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양측이 수용 가능한 원칙을 정한 뒤 미국이 수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ㆍ쇠고기가 여전히 난제=전문가들은 추가 협의에서도 자동차와 쇠고기가 핵심이 될 것으로 입을 모았다. 곽 수석연구원은 "쇠고기는 일종의 블러핑 카드일 뿐 자동차 비관세 장벽분야 양보 범위와 협의 내용을 어떻게 포함시킬 것인지에 핵심"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와 정 교수는 "쇠고기 추가개방관련 사안이 핵심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국 여론과 한ㆍ유럽연합(EU) 및 한ㆍ중 FTA 등도 무시 못하는 변수다. 이 교수는 "FTA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의 악화가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우리 국민의 기대수준과 미 의회의 기대수준의 차이가 크면 비준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의 기대수준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차 데드라인 올해 말=전문가들은 앞으로 있을 추가협의 데드라인이 연말이라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연말까지 끝이나야 내년 초 미국 새 의회 개시에 앞서 비준안을 준비할 시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현 상황이 지속돼 연말을 지날 경우 한미FTA 협의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 실장은 "내년 상반기 양국 국회 비준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총선, 대선 등 정치적 일정 상 2013년이 돼야 가능하며, 이 경우 FTA의 실제 효과는 반감돼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ㆍEU FTA 등으로 미국측이 다급한 상황에서 데드라인을 설정해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협의의 경우 짧은 협상기간에 비해 너무 많고 무거운 문제를 다뤄 합의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데드라인을 설정해 자승자박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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