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일부 지역의 주유소들이 휘발유ㆍ경유를 공장도가격보다 낮게 파는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17일 경기도 포천 43번 국도변의 한 주유소가 공장도가격보다 낮은 가격표시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다. /포천=이호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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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및 지방의 일부 주유소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휘발유ㆍ경유 등 유류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들 주유소는 내수침체에 석유제품 소비가 급감한데다 주유소 신설 자율화 조치 이후 격심해진 과당경쟁으로 인해 정유사의 세후 공장도가격보다도 낮은 가격에 울며 겨자먹기의 심경으로 판매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의정부~철원간 43번 국도변 주유소들은 1㎞ 정도 사이로 주유소가 난립하며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1,236원, 845원에 판매한다. 지난주 정유사들이 발표한 석유제품 세후 공장도가격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2.3%, 경유는 8.3% 싸게 팔고 있는 셈이다. 지난주 LG칼텍스정유의 석유제품 공장도가격은 휘발유가 ℓ당 1,266원, 경유가 922원이었고 SK㈜는 1,259원, 915원을 기록했다.
주유소들이 이처럼 손해를 감수하며 석유제품을 팔고 있는 것은 우선은 자영주유소가 지나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석유제품 유통구조상 많이 판매할수록 대리점으로부터 들여오는 단가가 싸지고 가격교섭력이 강해지는 만큼 주유소간 경쟁이 붙게 되면 밑지고라도 판매량을 늘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
C주유소 사장은 “한군데가 내리기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더라도 내려야 한다”며 “몇 달을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출혈경쟁이 ‘짝퉁 휘발유ㆍ경유’ 확산으로 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경유의 경우 에너지 세제개편 이후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가격이 싼 등유ㆍ선박용경유(벙커AㆍC유)를 섞어 유사 경유를 만드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LG칼텍스정유의 한 관계자는 “석유품질검사소가 정기적으로 주유소의 품질을 검사하고 있지만 검사대상이 많지 않아 적발된 건수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정유사 자체적으로도 정기적으로 주유소의 품질점검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유가 인상과 에너지 세제개편 등으로 인해 지난 96년 이후 석유제품의 소비자가격은 휘발유가 2.2배, 경유가 3.6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