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내년은 코스피 정상화로 가는 해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테이퍼링은 긴축이 아닌 비전통적 금융정책의 정상화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테이퍼링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미국이 경기 정상화에 다가섰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제 미국 경제가 유동성의 힘이 아닌 자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길게 보면 글로벌 증시에 가장 큰 호재는 미국이 테이퍼링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까지, 출구전략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주식은 긴축할 때 파는 것이 아니라 긴축정책을 쓸 수 없을 때 파는 게 옳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 현 상황에서 당장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2014년 미국 경제의 체력이 좀 더 굳건해질 때 긴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다. 바로 그때가 미국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서 벗어나는 시기인 것이다.

당장은 테이퍼링 이후의 자금 흐름이 중요하다.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글로벌 주가 흐름을 보면 일부 국가(중국·터키)를 제외하고 선진국, 이머징 국가 모두 상승해 테이퍼링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환율과 금리의 움직임을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미 달러화의 절상과 금리 인상이 6월과 12월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6월의 강도가 더 강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장의 반응은 6월 언급시점에 이미 시작됐으며 12월의 발표는 시장의 기대를 현실화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테이퍼링 실시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 다른 기준점이 필요하다. 이슈 이벤트보다 기업 실적 내지 경기 개선 강도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미국이 달려가고 한국이 뒤처진 이유는 여기서 찾아야 한다,

아쉽게도 G3 간 힘의 균형으로 글로벌 교역량 정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후 불균형 확대도 쉽지 않다. 금융위기에서 '미국의 과소비와 중국의 디플레이션 수출'이라는 불균형 구조가 붕괴됐고 이제 미국의 이익에 굴복하지 않는 중국이 버티고 있다.

길게 보면 미국·유럽·이머징마켓의 세 주체는 미래에 세계 경제를 보다 안정적으로 받쳐줄 것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만큼 빠른 변화도 힘들 것이다. 이제 미국이 홀로 세계 경제를 움직이기는 힘들어졌다. 2014년 '성장'이라는 단어에 우리가 인색한 이유다.

주가수익비율(PER) 정상화 수준에서 2014년 코스피를 바라보고 있다. PER가 일종의 프리미엄(인기도)이라고 본다면 지나친 평가절하(2013년)에서 벗어나 정상화(2014년)되는 시기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한다. PER 리레이팅은 미국의 긴축 논의가 시작되고 경기에 발맞춘 금리 사이클의 변화가 출현할 때 그 여부를 고민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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