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에 내놓아도 사는 사람이 없어요” (교하읍 M공인 K이사) 다음달 집들이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가 조성될 법도 한 파주 교하지구가 썰렁하다. 침체된 부동산경기 영향을 받아 시세도 분양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다 다음달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아파트 물량 적체현상도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초 파주 교하지구는 지난 2003년 말 분양 당시 평당 700만원의 비싼 분양가가 논란이 되긴 했지만 향후 남북경협 활성화, LG필립스 LCD공장 설립 등의 호재로 경기 북부의 중심 생활권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입주를 앞둔 현재의 파주 교하지구는 금촌지구보다 부담스러운 가격에다 내년 분양이 예정된 운정신도시 사이에서 끼어 고전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주 앞두고 매물만 쌓여=다음 달 동문건설을 시작으로 내년 4월까지 아파트 입주가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시장에서 볼 때 분양가 프리미엄은 거의 없다. 그나마 교하지구에서 입지가 가장 좋다는 6블록에 위치한 동문굿모닝힐 39평형 로열층이 2억7,000만~2억8,000만원 분양가에 3,000만원 정도 프리미엄을 붙이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층이나 향이 나쁘면 프리미엄은 기대할 수도 없다. 이 지역 D공인 관계자는 “금리가 오른 데다 2주택자에 대한 세금중과 때문에 팔겠다는 사람은 많지만 일부 실수요자 말고는 찾는 사람이 없다”며 “이 때문에 일부 아파트는 가끔 분양가 아래로 물건을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내년 1, 2월 차례로 입주하는 월드메르디앙 1ㆍ2차도 사정은 마찬가지. 매물은 많지만 사실상 거래는 없다. K공인 관계자는 “막상 급 매물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도 1,500만원에 달하는 등기비와 융자에 대한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도 입주가 마무리되는 4월께 가격이 좀 회복되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표했다. ◇교하 아파트 시장 언제 볕 드나=교하지구가 이처럼 고전을 하는 것은 경기 영향도 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일시적으로 많은 탓도 크다. 당장 집을 구하는 사람보다 아파트가 많이 지어지다 보니 가격이 약세를 띨 수 밖에 없는 것. 아직까지 주변 편의시설이나 학교도 덜 갖춰져 있는 상태다. 또 이 지역 실수요자들이 저렴한 20~30평형대 중소형 아파트를 구하는 과정에서 교하지구의 비싼 고급아파트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촌지구의 주공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교하지구의 경우 분양가가 비싸 미분양을 털어내는 데도 시간이 걸렸고, 이 지역에 고급수요보다 일반수요가 많다 보니 어려움이 더 크다”며 “내년 운정신도시 분양에 따라 추가적인 가격하락도 예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낙관론도 있다. 적체된 아파트 물량이 소화되면 가격이 회복될 것이고, LG필립스 LCD공장 준공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운정신도시 건설로 기반시설이 갖춰지면 후광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