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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인간 마음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기존 인공지능(AI) 연구자들도 언어는 코딩하지 못했어요. 정신을 저장하는 데 복잡한 언어정보가 한계로 작용하지 않을까요."(남순건 경희대 물리학부 교수) "시각·청각장애인은 보고 듣고 말할 수 없어도 지능이 있죠. 동물과 인간을 차별화하는 것은 언어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시간 개념의 유무이기 때문에 언어는 문제가 안 된다고 봅니다."(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물리학과 석좌교수)
27일 신라호텔 영빈관 루비룸. '서울포럼 2015' 부대행사로 열린 '지식의 성찬'에서는 '끈 이론(string theory)'을 창시해 세계 물리학계의 거두가 된 미치오 카쿠(68·사진) 교수와 국내 과학계 인사들 사이에 열띤 토론이 펼쳐졌다. 인체 유전정보를 해독한 게놈 프로젝트에 이어 최근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커넥톰(생물체 뇌 신경망 지도) 프로젝트까지 완성되면 육체가 사라져도 영혼을 저장할 수 있다는 카쿠 교수의 의견에 대해 각계각층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
카쿠 교수는 "커넥톰을 계속 완성하다 보면 인간의 정신은 점차 불멸에 가까워질 수 있다"며 "(엉뚱한 공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최근 이에 대한 원형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놈과 커넥톰을 통해 인간의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미 죽은 윈스턴 처칠이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도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며 "심지어 22세기에는 레이저 빔으로 커넥톰을 달에는 1초, 화성에는 20여분 만에 보낼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다른 은하계까지 정신적으로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카쿠 교수는 나아가 미래에는 인간의 의식이 만물을 제어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생각만으로도 e메일을 쓰고 집의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사람의 오감까지 네트워크로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카쿠 교수는 이런 소통 방식을 뇌의 인터넷, 즉 '브레인넷(brain net)'이라고 이름 붙였다.
카쿠 교수의 이런 견해에 대해 국내 유수의 과학자들은 질문 공세를 폈다. 토론이 활기를 띤 덕분에 혁명적인 미래상은 점점 더 뚜렷해졌다.
조광현 KAIST 석좌교수는 "아직도 생물학계에는 고전 이론만 있고 첨단 이론이 부족한 것 같은데 카쿠 교수의 말대로라면 미래에 새로운 생명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카쿠 교수는 "생명체는 복잡계 이론이 필요한데 계속 변이하면서 진화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돌연변이를 통해 계속 진화하다 보면 새로운 생명체도 나올 수 있다"고 답했다. "정보의 집합체도 생명이라면 영생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김재광 옵세퀴움 대표의 질문에는 "생물학적 영생과 달리 정보 영생은 100% 영생은 아니지만 데이터의 발전으로 매년 그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의적 인재가 계속 쏟아지는 미국 과학교육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는 "나는 학생들에게 광속을 뛰어넘을 수 없어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고 가르치는데 카쿠 교수는 늘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 같아 감명 받았다"며 "미국에서는 좋은 물리학도 확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라고 물었다. 카쿠 교수는 "미국의 고교 교육은 최악이지만 천재에 대한 인센티브는 확실히 챙기고 있다"며 "유럽 등에서는 실수하면 낙인이 찍힌다고 하는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를 안 해본 사람은 오히려 일자리를 찾지 못할 정도"라고 사회문화 환경이 바뀌어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