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0% 싸 11월 수입 전년비 10배/수요증가 꾸준 시장잠식 지속될 듯미 철강업체들이 러시아산 수입철강때문에 울상이다. 일본과 유럽, 한국 등의 저가공세로 가뜩이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터에 러시아의 값싼 제품들까지 밀려들어오자 미 철강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저하로 설자리조차 잃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미 철강협회(AISI)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월중 미국내 전체 철강 수입량은 약 3백20만톤. 전년동기보다 85%나 증가한 규모이자 월중 최고치다.
특히 러시아 제품의 약진은 눈에 띈다. 러시아제 철강은 이 기간중 미국에 35만7천톤이 들어와 전년보다 무려 10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과 브라질, 우크라이나, 중국 등에서 수입한 양이 같은 기간 2배 가량 증가했다고는 하나 러시아에 비할바 아니다.
러시아산 철강의 수입규모가 급증하는 원인은 간단하다. 값이 싸기 때문이다. 미국내 철강유통업체들은 러시아산 철강의 수입가가 선박 운임비용까지 합산하더라도 미국 제품에 비해 최소 20%는 싸다고 밝힌다. 상황이 이러자 미국내 연안부두 곳곳엔 판매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러시아산 철강들이 빼곡이 들아차 있는 모습을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일부에선 수입급증의 원인을 미국이 사전에 러시아산 철강유입을 대비하지 못한데서 찾기도 한다. 지난 93년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일본과 한국 등의 철강제품에 대해 고율의 수입관세를 매겼다. 러시아는 그러나 대미 수출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러시아산 제품의 수입량이 증가일로에 들어서자 미 철강업체들은 이제서야 워싱턴측에 도와달라고 아우성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유타주에 있는 제네바 스틸사와 앨라배마주 걸프 스테이츠 스틸은 ITC측에 지난해 가을 이미 러시아산 철강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요구해 놓은 상태다. 최근엔 U.S. 스틸 등 대형 철강업체들도 러시아산 제품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러시아산 철강 유입이 단시일내 줄어들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올 상반기까지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초 이후 지속중인 미 철강공급부족이 올 상반기까지는 해결될 것같지 않고, 그 부족분을 해결하는데 러시아산 철강이 적지않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외국산 제품들이 미 철강산업 전체에 미치는 피해정도를 측정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당분간은 러시아산 제품의 미국시장 잠식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김영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