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방식까지… 고수익 미끼 투자 유혹

#지난 5월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자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는 김주민(가명ㆍ43)씨는 얼마 전 한 인터넷 증시 카페에서 이상한 쪽지를 받았다. 증권 정보제공 사업으로 일년 내 1억원의 수익이 가능하고 창업자금도 2,000만~5,000만원으로 많지 않다는 내용에 귀가 솔깃했다. 위험이 높다는 판단에 결국 사업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아직도 그때 유혹을 생각하면 눈이 가는 게 사실이라는 게 김씨의 말이다.

#용돈벌이용으로 지난 5년간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박상현(가명ㆍ38)씨는 얼마 전 인터넷 증시 카페로부터 가입하라는 쪽지를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손해만 보고 있었던 박씨로서는 입맛이 당기는 것이었다. 특히 최근 인터넷 증시 카페가 늘면서 정보제공 수수료가 인하됐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증시가 부진에 빠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하는 유사 투자자문회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경품 제공, 수수료 인하 등은 물론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증권 정보제공 업체 사업주를 모집하는 등 활동 범위를 빠르게 확산하면서 투자자 피해에 대한 우려도 한층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인터넷 증시 카페 등 유사 투자자문회사에 대한 조사권을 발동하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유사 투자자문회사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간행물과 전자우편 등을 발행해 일정한 대가를 받는 곳을 뜻한다.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는 투자자문회사와는 달리 금융당국에 간단한 신고만 하고도 영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적 금융회사가 아닌 까닭에 1대1 투자자문은 불가능하다.

특히 최근 유사 투자자문회사들이 4년 새 6배나 급증하는 등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게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2007년 108개였던 유사 투자자문회사는 5월 말 현재 635개사로 크게 늘었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증권 정보제공 사업을 일종의 프랜차이즈 사업 형태로 삼아 사업주를 모집하는 등 형태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는 것도 투자자의 피해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유사 투자자문회사가 늘면서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 간 ‘수수료 깎아주기’ 등 이상 행태마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유사투자자문을 통한 주가조작도 활개를 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해 4월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회비를 받고 투자유망 종목을 추천하던 불법 투자자문업자 2명이 4개 종목 주가를 올린 뒤 보유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얻었다 금융감독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또 올 1월에는 유사 투자자문회사 운영업자가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불법 투자 자금을 모집하다 금융감독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유사투자자문사들이 최근 정치 테마 종목 조사 등 과정에서 직접 관여나 불공정거래 세력과의 결탁 등 정황이 포착되며 투기 세력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으나 금융감독당국의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정식 금융회사가 아닌 까닭에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자자 보호에도 어느 정도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회사는 기존 투자자문회사와 다른 정식 금융회사가 아닌 까닭에 비정기적 조사만 이뤄졌다”며 “지금까지는 미신고하거나 유사 투자자문회사로 투자자문업을 행하는 외부 제보가 있을 경우에 한해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 금융회사가 아닌 만큼 잘못 오인해 가입할 경우 손실만 볼 수 있어 투자자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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