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5차 협상 26일 하얼빈 개최…협상 돌파구 찾나

26일 하얼빈서 5차 협상
양국 새정부 출범후 첫 만남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5차 협상이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개최된다. 5차 협상은 박근혜-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첫 협상인데다 양국 FTA 협상이 1주년을 맞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지부진했던 협상이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로 한국과 중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져 협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외교가의 핵심 소식통에 따르면 26~28일 중국 하얼빈에서 한중 FTA 5차 협상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중은 지난해 5월부터 FTA 협상을 시작해 다음달 협상 1주년을 맞는다.

양국 간의 FTA 협상은 2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1단계에서 민감 분야를 어떻게 처리할지 합의가 돼야 본격적인 2단계 협상에 진입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수산업, 중국은 제조업이 민감 분야로 분류된다. 하지만 4차에 걸친 협상에서도 양국은 민감 분야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1단계 협상지침도 도출하지 못했다. 두 나라 경제가 워낙 첨예하게 얽혀 있는 탓도 있지만 각각 대통령 선거와 18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측면도 있다.

때문에 이번 5차 협상은 한중 FTA의 향후 행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출범한 양국 지도부의 한중 FTA에 대한 의지가 이번 협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변수는 올해 초 일본이 전격적으로 TPP 참여를 선언한 점이다.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다자간 FTA로 한중 모두에 경제적으로 큰 위협이 된다. FTA 후진국이나 마찬가지였던 일본이 미국을 포함한 10여개 국가와 동시에 FTA를 맺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TPP 참여는 특히 중국 입장에서는 더욱 껄끄러운 일이다. 미국을 상대로 한 동아시아 경제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중 FTA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한국마저 TPP에 뛰어들 경우 동아시아 경제 주도권은 미국이 쥘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 피터슨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이 TPP에 참여할 경우 2025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48억달러 감소하고 한국마저 TPP에 참여하면 468억달러가 줄어든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주도의 TPP가 정착되기 전에 한중 FTA나 한중일 FTA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1주년을 맞이하는 이번 협상에서도 진전이 없으면 한중 FTA는 다시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된다"며 "양국 협상팀이 뭔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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