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을 매각해 두둑한 실탄을 확보한 보다폰이 스페인과 독일 통신업체를 잇따라 사들이며 유럽 내 통신업계의 인수합병(M&A)을 촉발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통신업체 보다폰이 스페인 최대 통신사 오노를 72억유로(약 10조5,000억원) 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보다폰은 인수대금 70억유로 중 기존 부채 33억유로를 제외한 나머지를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보다폰은 이번 인수로 스페인 내 유선통신과 유료TV 업계에서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보다폰은 지난해 9월에도 독일의 케이블네트워크 사업자 카벨도이치란트를 100억유로에 사들였다. 지난해 보다폰은 보유하고 있던 버라이즌 지분을 M&A 사상 최대 금액인 1,300억달러에 매각한 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매물을 물색해왔다. 비토리오 콜라오 보다폰 CEO는 "300억~400억달러의 투자여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보다폰이 미국에서 눈을 돌려 유럽 통신업체들을 사들이는 것은 유럽 실물경기 회복으로 유럽 업계의 재편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면 차입비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 통신업체들이 금리가 낮은 현시점에 M&A를 서두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자금조달 여력이 커진 것도 기업인수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다폰뿐만 아니라 다른 유럽 통신업체들도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유럽 통신업계에서 올 들어 지금까지 500억달러 규모의 M&A가 이뤄졌다. 지난주 프랑스에서는 보이그사가 비방디사와 통신 부문을 합병하면서 프랑스 내 통신사업체가 기존 4개에서 3개로 줄었다. 프랑스 최대 통신업체인 오렌지는 합병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스페인 내 매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 이탈리아와 북유럽 지역에서도 조만간 통신업체 간 M&A가 이뤄질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