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간부를 하위직으로 발령 내는가 하면 하위 직원을 2개 직급을 뛰어넘어 팀장에 임명하는 등 혁신적 인사를 단행해 주목을 받고 있다.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를 통해 공공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건강보험관리공단은 재정위기 극복과 인사·조직 혁신을 위한 비상경영체제 선포에 따른 후속조치로 2년 이상 장기 근무한 1ㆍ2급 간부 58명을 교체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오는 5일자로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건보공단은 성과 극대화를 위해 실적이 저조하거나 역량이 부족한 1급(실장ㆍ지사장) 3명과 2급(부장) 6명 등 9명을 각각 2급과 3급으로 좌천시켰다. 과거 내부에서 비리나 잘못을 저질러 중징계를 받고 낮은 직급으로 인사가 났던 경우는 간혹 있었지만 대규모 문책성 발령이 이뤄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건보공단의 한 관계자는 "이전에 간혹 내부 중징계를 받아 하위직으로 발령 난 적은 있지만 인사과정에서 직급이 낮아진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인사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지만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앞으로 직급이 내려간 직원들의 업무능력이나 성과가 좋을 경우 다시 상위 직급으로 승진시킬 계획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더 낮은 직급으로 재차 발령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아울러 건보공단은 이번에 2급 3명을 1급, 3급(차장) 3명을 2급으로 임명하는 등 직무수행 능력이 탁월한 직원 7명을 상위직으로 전격 발탁했다.
이는 그동안 타성에 젖어 근무해온 공단조직을 철저하게 능력 위주로 평가하는 민간기업처럼 변화시키겠다는 정형근 이사장의 강한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정 이사장은 올해 1조8,000억원가량의 적자를 예상하는 등 최근 잇따라 건보재정 위기를 경고하며 비상경영을 지휘하고 있다.
코레일은 이날 단행한 인사에서 1급 보직인 인재개발원 서비스아카데미 팀장에 3급인 강병규(52) 차장을 임명했다. 3급 직원이 직급을 두 단계나 뛰어넘어 1급으로 발령된 것은 철도역사상 처음이다. 코레일 측은 일 중심의 인사혁신을 위해 직급ㆍ직렬 제한 없이 직위 공개모집을 통해 강씨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은 3급 직원이 8,000여명에 이르지만 1, 2급 직위는 600여 자리에 불과해 3급 직원들의 진급이 매우 어려운 조직구조이다.
코레일 인사운영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고객가치경영실장에 최초의 여성실장을 임명한 것에 이은 일 중심의 인사"라며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앞으로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