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자산매입 속도 수개월내 늦출 수도

지난달 FOMC 회의록 공개
다수 위원 출구전략 의견 모아
은행에 초과 지준금리 인하 등 경제 충격 방지책도 함께 검토


출구전략 연내로 앞당겨질 수도

초과지준금리 인하 등 충격 방지책도 검토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앞으로 수개월 이내에 양적완화 축소 조치에 나선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닛 옐런 차기 연준의장의 비둘기파적인 성향 등을 감안할 때 여전히 내년 3월 출구전략설이 우세하지만, 앞으로 나올 경기ㆍ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인다면 연준이 12월 17~18일 FOMC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월가의 시각이다.

연준이 20일(현지시간) 공개한 FOMC 의사록에서 “많은 위원들이 경기 상황이 고용시장의 지속적인 개선이라는 연준 목표에 부합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수개월 이내’(in coming months)에 자산매입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특히 의사록은 “위원들이 노동시장 전망이 더 분명하게 개선되기 전이라도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의사록은 대다수 위원들이 10월에 당장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기에는 고용 상황이 더 개선돼야 하고 경제 전망을 둘러싼 하방 위험도 여전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연준 위원들은 앞으로 출구전략을 실시할 때 경제 충격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구체적으로 FOMC 위원들은 초과지준금리를 인하해 시중 단기금리 상승 압력을 줄이는 방안을 거론했다. 초과지준금리는 은행들이 연준에 지급준비금을 의무 예치할 때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더라도 실업률이 목표치인 6.5% 밑으로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은 2.5% 이상으로 오르기 전까지는 현행 제로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점을 다시 한번 약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또 저금리 유지를 위해 실업률 목표치를 6.0%로 내리는 등 다양한 ‘포워드 가디언스(선제안내)’ 방안도 논의했다.

이처럼 연준이 후속 대책까지 논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경기 지표만 뒷받침된다면 당장 자산매입 축소에 나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다음 나올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인다면 12월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미 경기 지표가 혼조세를 보이고 있어 연준이 내년에나 출구전략이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아직은 훨씬 더 많다. 이날 미 상무부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4% 늘면서 시장 전망치 0.1%를 웃돌았다. 반면 미국의 기존주택판매는 2개월 연속 감소하며 4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FOMC 회의록에 나오기 전인 19일 20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6명이 내년 3월이나 그 이후에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 반면 다음달은 단 1명에 그쳤다. 코너스톤매크로의 로버트 페를리 파트너는 “11월 노동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였을 때 연준이 행동에 나설 확률은 35% 정도”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