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국해 영토분쟁과 과거사 문제로 심각한 냉각기를 겪고 있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조심스러운 해빙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은 23일 탕자쉬안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기테라 마사토 주중 일본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일 평화우호조약 35주년 기념행사가 베이징에서 개최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소원해진 양국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슝보 중국 외무부 아주국 부국장은 "중일 우호는 역사의 필연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에 니와 우이치로 전 주중 일본대사는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화해의 길을 터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이번 행사는 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등 첨예한 문제와 별도로 민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정경분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행사장소가 외국 정상들이 묵는 댜오위타이 국빈관이었던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니혼게이자이는 "경제관계까지 얼어붙으면 중일 갈등을 타개할 실마리를 잃는다"는 중국 재계인사의 말을 전하며 "중국은 고속성장이 끝나고 산업고도화를 추구하면서 일본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중국 정부는 관계악화를 이유로 우호조약 체결 기념일인 지난 8월12일 행사를 보류했었다.
특히 서부대개발에 역점을 두는 중국은 일본의 투자가 더욱 절실한 입장이다. 이 사업을 주도하는 쓰촨성 정부는 22일 무려 4조위안이 넘는 개발계획을 공개하며 공적자금 대신 민간자본을 적극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는 이와 관련해 쓰촨성 청두시에서 23일 개막한 '서부 국제박람회'에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 70여개 일본 기관이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18일 랴오닝성 다롄시에서도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투자상담회가 열리는 등 최근 주춤했던 중일 민간 경제협력은 다시 활성화될 조짐이 역력하다.
하지만 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싸늘한 태도를 유지하며 이렇다 할 대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태평양 전범이 안치된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하자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직시하라"고 성토하며 일본대사를 초치했다. 중국은 22일에도 일본 방위성이 센카쿠열도 부근을 비행하는 타국 무인기를 격추할 계획을 세운 사실에 대해 "댜오위다오는 엄연히 중국의 영토"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