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심리 상담센터 도입 바람 "투자 경제적 효과, 비용의 4배달해" 일부선 가족·협력사 직원까지 확대
입력 2007.03.23 16:50:03수정
2007.03.23 16:50:03
요즘 경기도 안양의 LS전선 직원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함마음 상담센터’이다.
지난 2월 연구원들의 심적 건강을 돕기 위해 세워진 이곳은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2주나 기다려야 상담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항상 북적거린다. 상담내용도 배우자나 자녀와의 관계 등 개인적인 문제부터 직장동료와의 관계, 연구개발에 따른 스트레스까지 다양하다.
김수형 함마음 상담센터 상담실장은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상담함으로써 불안정한 심적 상태가 건강해지는 효과가 있다”며 “임직원들의 정신건강 향상을 통한 경제적 효과가 투자비용의 4배에 달한다는 보고서가 학계에 제출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임직원들의 심적 건강을 돌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앞 다퉈 도입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임직원뿐 아니라 가족, 심지어 협력업체 직원들에게까지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대상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물질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심적 건강까지 배려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인식 전환에 따른 것이다.
특히 심리상담 내용이 사적이고 민감한 만큼 어떤 경우에도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도록 운영된다. 실제 방문상담의 경우 방문 시간대를 다르게 정하거나 야간에 상담센터를 운영해 누가 상담을 받았는지 알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상담내용은 인사팀 등에 절대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박성자 LG필립스LCD 마음사랑 상담사는 “비밀이 보장되지 않으면 회사에서 운영하는 상담실에는 아무도 상담을 받으러 오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에서 정보를 요청한 적도 없고, 설사 요청한다 해도 상담사는 자신의 상담사 자격 유지를 위해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를 바꾸기 위한 교육도 하고 홍보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1년부터 서울ㆍ수원ㆍ구미 등 전국 8개 사업장에 상담센터 9개를 설치했다. 10명의 전문상담원이 심리상담, 가족관계, 이성교제, 스트레스 관리 등을 전담해 운영한다. 특히 여성 전문 상담소인 ‘드림 플라자’를 운영해 여성 사원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데 힘을 쏟고 있다.
LG전자는 2005년 안양의 MC연구소에 ‘마음나눔방’을 설치해 약 600여명의 연구원들의 심리적 고충을 덜어주고 있다. 하루 10~15건의 상담이 이뤄지며 상담방에 향기요법을 적용해 젊은 연구원들에게 인기라는 게 회사 측 설명. 특히 미혼 연구원을 대상으로 ‘이성교제학교’, 연구원들의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성격유형과 의사소통 전략’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LG필립스LCD도 2005년부터 ‘LPL 마음사랑’이라는 온ㆍ오프라인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은 물론 임직원의 가족과 협력업체 직원들도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협력업체들에 인기다.
삼성전기는 임직원들에게 상담교육을 실시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동료를 도와주도록 하는 ‘또래 상담제’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900여명의 또래 상담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한솥밥’을 먹는 공통점을 무기로 동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풀어준다.
현대하이스코는 지난해 11월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50여명이 130여회의 상담을 받았다. EAP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나 고민거리는 물론 육아ㆍ교육ㆍ법률상담까지 해주는 그야말로 ‘원스톱’ 지원제도다.
EAP를 통해 주의가 산만했던 초등학교 2학년 자녀에 대해 심리상담을 받은 현대하이스코의 A과장은 “아동교육 전문가, 정신과 의사 등을 만나 상담하고, 아이가 직접 수개월간 상담을 받은 결과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며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들었던 걱정을 회사의 도움으로 풀게 돼 기쁘고 업무에 대한 집중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