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위로 가을이 익어가네

일렁이는 황금들녘… 춤추는 코스모스…
'축복의 땅' 전북 김제

지금은 과거의 거대한 저수지가 아닌 작은 물길과 방죽만이 남아 있지만 쌍룡조형물이 서 있는 방죽 너머 평야가 전부 벽골제 저수지였다고 한다.

10월 1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김제 지평선축제에는 소달구지 체험(사진), 횃불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횃불퍼레이드

김제평야의 길에서 낮은 눈높이로 봤을 때 작은 건물들에 가려 안 보이던 지평선은 전망대에 위에 올라서자 제 모습을 드러냈다.

동양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벽골제'
서해를 바라다보는 망해사에 서면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벌판에 탄성

금산사·수류성당 '아름다운 순례길'
'ㄱ'자 한옥교회 금산교회등 볼거리도
10월 1~5일엔 김제지평선축제 열려


전라북도 김제는 두 얼굴이다. 지난해 여름에 찾았던 김제의 민낯은 광활한 벌판에 봉긋한 언덕 하나 없는 광활한 대지의 연속이었다. 작렬하는 태양을 가릴 나무그늘조차 찾기 힘들었다. 36도 안팎의 더위에 몸속 진액은 모두 빠져나가 버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그 시점보다 한 달 늦은 9월, 김제는 생판 다른 모습이었다. 들판은 노랗게 물들고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 물결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우리나라에서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축복받은 김제의 가을은 그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벽골제' =김제에서 만경평야로 향하다 29번 국도를 타면 벽골제에 당도한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로 우리 조상들의 슬기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수리시설이다. 지금은 과거의 거대한 저수지가 아닌 작은 물길과 방죽만이 남아있지만 쌍룡조형물이 서 있는 방죽 너머 평야가 전부 벽골제 저수지였다고 한다. 김제평야에서 생산됐던 쌀의 수확량이 얼마나 많았을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수문체험장과 벽천미술관·단야루·단야각 등이 자리 잡고 있는 벽골제 단지는 김제지평선축제의 주무대다.

벽골제단지 건너편에는 김제를 무대로 일제치하에서 겪었던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담아낸 대하소설 '아리랑'과 조정래 선생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는 아리랑 문학관이 있다. 국립김제청소년생명센터와 전망대도 빼놓을 수 없다. 2013년에 조성돼 많은 관람객이 찾는 전망대는 4.2m 높이로 김제의 넓은 평야와 벽골제 단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망해사 전망대 =김제는 길마다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장장 100㎞에 달하는 코스모스 길 곳곳에는 꽃밭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다. 김제는 어디를 봐도 높은 산도 건물도 없다. 멀리 보이는 산은 부안 앞바다의 섬들이다. 지평선을 보겠다는 일념에 죽산면에서 광활면을 거쳐 망해사 방향으로 향했다. 양쪽을 아무리 두리번거려봐도 지평선은 좀처럼 보이지를 않는다. 평야 끝에 작은 건물들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망해사의 3층 전망대에 올라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망해사 앞바다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이제 육지가 돼가는 곳으로 바다가 아닌 강의 형상이다. 눈을 돌려 반대편을 보니 넓게 펼쳐진 지평선이 시야에 들어온다.

지나온 광활면과 진봉면의 들녘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길에서 낮은 눈높이로 봤을 때는 작은 건물들에 가려 안 보이던 지평선이 전망대에 위에선 제 모습을 드러낸다.

◇ 아름다운 순례길 ='아름다운 순례길'은 개신교·천주교·불교·원불교 등 전라북도 성지들을 연결한 길로 종교를 떠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명상의 길이다. 총 9개 코스로 길이 약 240㎞에 달하는 순례길 중 7코스인 금산사 코스와 8코스인 수류성당 코스를 합쳐 총 40.7㎞가 김제를 지난다.

모악산 도립공원에 자리를 잡은 금산사는 71개 말사를 총괄하는 조계종 제17교구 본사로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금산사는 석가모니 부처님 이전의 가섭불 때 존재했던 절터에 중창한 것으로 통일신라 진표율사 때부터 미륵신앙의 성지로 자리매김해왔다. 금산사 내 미륵전은 동양 최대의 실내 입불을 모신 곳으로 국보 제 62호로 유명하다. 이 외에도 보물 10점이 금산사 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거대사찰의 영화를 웅변하고 있다.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39 모악산.

금산교회도 빼놓을 수 없다. 금산교회는 1908년에 건립된 한옥교회로 6·25에도 불타지 않고 보존된 문화재다. 건물 구조는 'ㄱ'자 한옥인데 당시 유교 사회에서 남녀를 구분해서 앉히기 위한 것이다. 남자 자리에는 한문, 여자 자리에는 한글로 성경 구절이 기록돼 있다. 100년이 지난 풍금을 비롯한 시설들을 여전히 사용 중이며 지금도 이곳에서 예배가 집전된다. 'ㄱ'자 형태의 교회는 금산교회와 익산 두동교회 정도가 남아있을 뿐이다.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290-1.

◇김제 지평선축제 =올해로 16회를 맞는 김제지평선축제는 2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바 있다.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한국 농경문화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국가사적 111호 벽골제를 중심으로 김제의 자연적·문화적·역사적 특성을 살린 7개 테마, 70여개의 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매년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이 하나가 돼 만들어가는 대동 한마당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가장 큰 가래떡 태극기 만들기' '지평선의 마법사 허수아비 몬스터' 등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세계 각국의 연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세계인 대동 연날리기' 행사에서는 대한민국 전통 민속 연 및 세계 각국 연을 전시하고 연싸움도 시연할 예정이다. 김제지평선축제제전위원회 (063)540-3031~3037 /김제 = 우현석 객원기자, 사진제공 = P&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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