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측면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난 수년 동안 우리의 물가안정에 혁혁한 공을 세워준 이른바 ‘미꾸라지 물가 효과’에서도 확인된다. 미꾸라지 물가는 추어탕을 좋아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꺼낸 논리로 추어탕 수요가 늘어도 중국산 미꾸라지를 쓰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 값싼 중국산 소비재의 수입이 늘어나 수입물가를 낮추고 우리 기업들도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여 제품 전반의 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논리였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재 수입 중 중국산의 비중은 지난 95년부터 97년 사이 17.6%에 머물렀던 것이 2003년부터 2005년까지는 평균 32.4%까지 올라갔다. 특히 지난해에는 33.7%에 달해 외환위기 직전의 2배 수준에 달했다. 이에 따라 94년부터 2001년까지 중국산 수입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률이 연 0.99%포인트에 달했다. 경쟁 심화로 원가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가격 전가비율도 낮아졌다.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물가에 전가하는 비율은 93~2001년 중에는 평균 107%에 달했으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에는 80%대로 떨어졌다. 가격 전가율이 낮아지다 보니 물가의 등락폭도 2002년 이후 크게 축소되고 있었다. 미꾸라지 물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중국산 소비재 수입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구조적 틀로 자리해온 이 같은 현상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높은 임금상승률 등으로 중국 제품 가격이 올라가 중국산 저가 제품의 유입에 따른 ‘위장된 저물가’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의 임금상승률이 2000년 12.3%에 이어 2001년 16%, 2002년 14.3%, 2003년 15.7% 등으로 수직곡선을 그리고 있고 경제특구 내 기업들의 근로자 최저 급여가 1~2년 새 월 610위안에서 680위안으로 상승하고 있어 중국 기업들의 가격상승 압력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은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올초부터 미꾸라지 물가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미꾸라지 효과의 소멸현상이 직접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지만 3~4년 안에는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 같은 비용상승 압력을 피해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옮겨갈 경우 비용상승의 충격을 다소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생산시설 이전이 그렇게 쉽지 않은데다 원자재 값 상승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미꾸라지 효과의 소멸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우리 물가당국으로서는 자칫 ‘중국산 수입제품 가격 상승→수입물가 상승→우리 기업 가격 인상→소비자물가 상승’이라는 ‘역 미꾸라지 효과’에 직면할 수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