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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 인사들의 잇단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슬픔에 참긴 유가족과 국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는 선동꾼이 있다는 다른 사람의 글을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권 의원은 첨부된 동영상의 여성이 실제 실종자 유가족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일자 22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사과하고 해당 글과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날 포털사이트에서 권 의원의 이름이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비난 댓글이 쏟아졌고, 앞으로 경찰조사도 받게 됐다.
권 의원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며 공무원들 뺨 때리고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선동하던 이들”이라며 “학부모 요청으로 실종자 명찰 이름표를 착용하자 잠적해버린 이들. 누구일까요? 뭘 노리고 이딴 짓을 하는 걸까요?”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어 “유가족들에게 명찰 나눠주려고 하자 그거 못하게 막으려고 유가족인 척 선동하는 여자의 동영상”이라며 “동영상의 여자가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도 똑같이 있네요”라며 관련 동영상도 게재했다.
권 의원은 “지인의 글을 보고 퍼왔다”고 밝히면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있는 이 와중에도 이를 이용하는 저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온라인에 도는 터무니없는 비방과 악의적인 루머도 잘 판단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나 동영상의 여성이 실제 실종자 유가족이고 밀양송전탑 장면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권 의원은 22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제가 잠시 퍼온 글로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 뒤 해당 글을 삭제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다. 권 의원은 이어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터넷에서 그 글들을 접하고 너무 놀라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라며 “어떤 조치라도 달게 받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당시에) 제가 봤던 사진과 지금 인터넷에 있는 사진은 다르다”면서 “동영상과 사진에 있는 두 분이 진도에 계신 학부모라고 들었는데 적절한 시기에 찾아뵙고 사죄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동영상 등에 나온 A(41·여)씨는 지난 21일 권 의원을 포함해 해당 글을 SNS에 올린 18명을 상대로 대구 성서경찰서에 명예훼손 혐의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규태 성서경찰서 사이버범죄수사팀장은 “A씨가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현장에 간 것은 맞지만 세월호 현장에 간 적은 없다”며 “권 의원 등이 선동꾼으로 지목한 인물은 A씨와 비슷하게 생긴 인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만간 피진정인 전원을 상대로 조사할 방침으로, 권 의원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한 당 지도부의 ‘신중모드’ 주문에도 불구하고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일부 의원들과 가족의 부적절한 언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국가적 재난사태에도 여지없이 색깔론이 등장해 빈축을 사고 있다.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앞서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북한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간접 비난한 데 대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고 주장했다가 생존자 구조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에 좌우 이념의 잣대로 색깔론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새누리당 유한식 세종시장 후보는 세월호 침몰사고 와중인 20일 ‘폭탄주 술자리’에 참석해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는 각각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 침몰사고를 애도하는 자작시를 올렸다가 구조활동이 한창이 와중에 희생자나 가족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심지어 국민을 미개하다고 매도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의원은 막내아들인 예선(19)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 방문을 비난한 여론을 거론하면서 “국민이 미개하니까 국가도 미개한 것 아니겠느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논란이 일자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문을 발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측 인사들도 일부 구설에 올랐다.
광주시당위원장인 임내현 의원은 20일 광주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국회의원 임내현’이라고 적힌 조끼 등을 착용하고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 대회 일부 참석자들과 네티즌들은 “아이들 생사도 모르고 있고 온 국민이 패닉상태인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6·4지방선거 예비후보였던 송정근씨가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의 진도체육관 방문 당시 사회를 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섰다. 송씨는 18대 국회에서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인 K씨의 비서관을 거쳐 안철수 의원 측에 합류했다가 지난 달 민주당과 안철수당이 합당하면서 자연스레 새정치연합으로 말을 갈아탄 것으로 전해졌다.
새정치연합 장하나 의원은 17일 트위터에 “선내 진입 등이 이렇게 더뎌도 될까. 이 정도면 범죄 아닐까? 내 마음도 이런 데 가족들, 친구들의 마음은 어떻게 위로할까”라는 글을 올려 구조대원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장 의원은 트위터에 “구조작업 중인 분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게 아니다. 행정부와 입법부에 범죄에 상응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