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케의 저울이 정확해야 나라와 법이 산다

법무부의 공정하지 못한 잣대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유사한 성격의 비리에 대한 징계가 제각각인 탓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수습 여검사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했다는 혐의를 받는 광주지검 목포지청 안모 검사에게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리고 13일자 관보에 올렸다. 직무와 관련 없이 검사로서의 체면과 위신을 손상시켰다는 행위를 단죄한 것이다. 당연한 징계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2차장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12월 여기자를 성추행한 이진한 대구지검 서부지청장에게는 대검찰청 감찰본부장 경고라는 가벼운 징계에 그쳤다. 성추행을 당한 여기자의 강력 항의에도 술에 물 탄 듯한 징계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우리는 성격이 비슷한 사건인데도 징계 수위가 제각각인 데 대해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내부의 공정성이 없다면 수사와 판결의 공정성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법무부나 검찰은 하나같이 저울을 상징물로 사용하고 있다. 법원과 변호사단체도 마찬가지다.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칼을, 다른 손에는 저울을 든 여신 디케의 조각상에서 나온 상징물이 시대마다 조금씩 변해도 저울만큼 그대로 유지된 이유가 무엇인가. 법조계의 공통 상징물에는 눈을 뜨고 좌고우면하지 말고 눈 감은 채 저울처럼 정확하게 판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법무부가 상식의 기준으로 납득할 수 없는 징계를 내린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파헤치던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에게는 '보고 절차 누락'을 이유로 들어 정직 1개월과 감봉 1개월씩을 내린 법무부는 음주운전으로 충돌사고를 낸 검사에게는 견책 처분으로 그쳤을 때도 징계의 저울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내부의 비리조차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는 법무부의 고장 난 저울로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법 집행에 대한 신뢰가 없는 사회는 불안전하고 경제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법과 법률 종사자에 대한 불신과 냉소가 쌓이면 원칙과 상식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끊어질 지경인 디케의 저울이 비정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국민의 준법의식도 낮은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높은 시민의식과 준법정신을 갖춘 사회만이 선진국가에 진입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 누구보다 앞장서 이런 환경을 조성해야 할 법을 다루는 집단이 언제까지 사회적 불신의 단초를 제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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