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보다 디폴트가 더 큰 악재다”
그동안 미국 정치권과 시장의 관심이 셧다운에 집중됐지만 이 보다 더 큰 시한폭탄인 부채한도 고갈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의 부채한도는 16조 7,000억달러다. 그러나 이미 지난 5월 말경 정부지출이 부채 상한에 다다르면서 재무부는 긴금자금수혈로 돌아오는 수표를 막아왔다. 이 같은 ‘예외적 조치’도 한계에 이르러 이달 17일이면 연방정부 수중에는 300억 달러의 현금만 남게 될 전망이다. 이는 미국의 하루 순지출액인 600억 달러의 절반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 사이 부채한도를 늘리지 못하면 미국 정부는 세수 등 매일 들어오는 현금만으로 정부살림살이를 꾸려야 한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세금을 포함한 미 정부 수입은 2013회계연도 지출액의 81%를 차지한다. 정부가 빚을 내지 않으면 나가야할 돈의 5분의 1을 메울 방법이 없다. 의회예산국은 22~31일이면 연방 정부 재정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분기세수가 유입 되고 큰 금액의 정부 지출이 없었던 9월에는 상황이 그나마 났지만 이달에는 무더기 지출이 예정돼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달 23일에는 120억달러에 달하는 사회보장 비 지출이 예정돼 있으며 31일 지급예정인 연방정부부채 이자만 60억달러다. 다음달 초에도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퇴역군인연금 및 복지비용 지출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채한도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선택적 디폴트 상황이 불가피하다. 셧다운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경험한 일이지만 미 정부의 사상최초의 디폴트는 글로벌 금융시장 및 경제회복에 미치는 충격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1년 부채 협상난항으로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바있다. 당시 S&P는 사상 최초로 미국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내렸다. 당시 신용등급을 유지했던 무디스와 피치는 이번 한도 조정에 실패하면 등급하향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국가 디폴트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정치권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부채한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애초부터 못박았다. 공화당 역시 오바마 케어 무산 없이는 부채한도 증액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디스는 “부채한도를 증액하지 못한다면 정부는 지출삭감 등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한다”며 “이는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