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인과관계와 이중위기


어떤 곤충학자가 메뚜기 한 마리를 훈련시켰다. '짝'하고 박수를 치면 메뚜기가 펄쩍 뛰어오르도록 훈련을 하고 나서 이 학자는 메뚜기 다리를 제거했다. 이제 박수를 '짝'하고 쳤지만 메뚜기는 뛰어오르지 않았다. 이 학자는 논문을 작성했다. 논문 제목은 '메뚜기는 다리에 청각기관이 있다'로 정해졌다. 다리에 문제가 생겨 못 뛴 것을 청각기관이 제거돼 못 뛰는 것으로 오인한 것이다.

물론 이 얘기는 농담이다. 그러나 이는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의 의미와 어려움을 느끼게 해준다.

인과관계 파악에서 시간 순서를 인과관계로 파악하는 오류도 빈번하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오비이락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일어난 현상은 원인이요, 나중에 일어난 현상은 결과라고 단순하게 진단된다. 단순한 선후관계가 인과관계로 진단되는 오류가 바로 '인과설정의 오류(post hoc fallacy)'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다. 무엇보다 세계 금융산업의 메카로 평가되던 월스트리트가 위기의 진원이 된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뒤이어 발생한 월가점령 시위를 통해 존경 받던 금융인들이 졸지에 '오적(five enemies)'으로 전락한 것도 충격이었다. 또 유로라는 공통 통화 제도를 만들고 17개국이 같은 통화를 사용하면서 일부 국가들이 재정을 방만하게 유지하고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도 문제가 됐다. 쌓여가는 국가부채를 두려워하지 않다가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서로 연결됐다는 면에서 마크 파버 같은 투자전문가는 이를 '이중 위기(double crisis)'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국가별로 재정과 금융의 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어떤 상황이 올 수 있는지를 최근 상황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보면 국내 금융산업은 억울한 면이 상당하다. 저축은행 사태 등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이는 금융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진행된 감독과 정책의 문제점이 일시에 터지며 나타난 복합적 현상이었다. 크게 보면 우리 금융산업은 위기의 원인이 되기보다는 위기 상황에서 잘 버텨 경제가 큰 문제없이 넘어가는 데 공헌을 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월가 시위의 분위기가 그대로 우리나라에 전달되면서 금융에 대한 과도한 비판과 질책의 분위기가 나타났고 우리 금융산업은 그야말로 '도매금으로 넘어간'모습이었다.

최근 위기의 그림자를 떨치고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는 월가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우리도 새로운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무엇보다 금융산업에 과도하게 비판적인 분위기를 탈피해야 한다. 금융이 잘 돼야 경제가 잘 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다양한 금융산업 살리기 정책이 부각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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