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는 자칫 지구촌 전체로까지 확산될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한반도처럼 남북한이 대치상태인 분쟁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핵보유 국가간의 컴퓨터 오(誤)작동에 따른 잘못된 결과는 생각만해도 끔찍할 정도다. 무엇보다도 국민생활에 불편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Y2K는 꼭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국가적인 과제가 된지 오래다.일본정부는 벌써부터 만일에 대비, 국민들에게 비상식량과 물·부탄가스 등을 사전 준비하도록 하는 캠페인에 들어갔다. 미국정부는 오는 연말 예년의 2배에 달하는 800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키로 방침을 정해 놓고 있다. 외국항공사들 가운데는 12월31일과 1월1일 한국취항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해 온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세계가 이처럼 법석을 떨고 있는데도 우리는 너무나 조용, 국민들이 오히려 궁금해 할 지경이다.
정부가 Y2K와 관련, 너무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선진각국이 준비태세를, 점검에 점검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그만큼 Y2K의 가공할 파괴력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Y2K는 숫자를 다루는 금융기관에 가장 치명적일 수 있다. 시스템에 0.1%의 오차만 생겨도 그 결과는 예측을 불허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Y2K 준비가 너무나 늦었다는 점에서 낙관은 금물이다. 지금부터라도 모의훈련을 반복,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도 문제발생 가능성에 대해 사전 대비책을 세워놓을 필요가 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을 보장한다 하더라도 의외의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가령시민생활과 직결되는 단전·단수도 예상될 수 있는 일이며 생필품의 품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연말이 가까이 돼서야 국민들에게 준비를 권장한다면 그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리 미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