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이라도 젊을때 자립기반 마련하자"… 2030세대 북적

■ '재테크 열기 후끈' 경매학원 가보니…
쉬는 시간에도 강사에 질문공세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이 대부분… 저렴한 지방 수익형 물건 선호
"일·육아 병행할 수 있어 좋아" 전업주부도 간간이 눈에 띄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경매시장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경매학원에서 20~30대 직장인과 주부들이 경매 강의를 듣고 있다. /서울경제DB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김모(29)씨는 지난해 말 경기 부천시 중동의 리슈빌엔클라스 오피스텔 93㎡를 감정가 2억9,000만원보다 약 8,000만원 낮은 2억1,100만원에 낙찰 받았다. 20대 중반부터 경매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그는 "오피스텔 임대사업을 통해 자금을 모아 장래에는 대형 빌딩을 소유하겠다"는 포부를 나타냈다.

20~30대 젊은 계층의 경매 재테크 열기가 뜨겁다.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이 주로 50대 이상의 여유 계층이었던 과거와 다른 신풍속도여서 눈길을 끈다.

7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강남구의 모 경매학원에서는 최근 불고 있는 20~30대의 경매 열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 사이 곳곳에 자리잡은 젊은 수강생들은 수업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강사를 찾아가 부지런히 질문을 했다. 이 학원 수강생인 박모(65)씨는 "요즘은 내 아들보다 어린 친구들이 꽤 많다"며 "확실히 수강생 평균 연령이 낮아졌다"고 전했다.

수업에 참여한 젊은 사람은 대부분 사회초년생과 30대 주부였다. A통신사 영업부의 심모(32)씨는 "월급만으로는 큰돈을 모으기 어렵다는 생각에 경매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최근 송파구의 다가구주택 지분을 낙찰 받았다"고 말했다. 전업 주부인 김모(35)씨는 "지난해까지 남편과 맞벌이를 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경매를 시작했는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이 경매에 뛰어든 것은 실거주보다 투자목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저렴한 지방의 수익형 부동산을 낙찰 받아 임대사업을 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아직 자본금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비교적 최저입찰가가 낮은 지방의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2월 천안 서북구의 월봉청솔아파트 68㎡ 2건을 낙찰 받은 수강생 김모(38)씨는 "시세차익과 임대수익을 동시에 노려볼 생각으로 구입하게 됐다"며 "초기 매입비용이 부담은 되지만 연 8~9%의 임대수익률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떨어진데다 재테크를 빨리 시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젊은 층의 경매참여가 활발해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매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줄어든 것도 한 몫을 했다는 설명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재테크를 서두르는 분위기가 확산되는데다 경매시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저가로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젊은 층의 경매참여에 대해 다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규진 지지옥션 교육원장은 "경매 재테크에 적극적인 모습은 보기 좋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한탕주의와 패배주의가 만연할까 우려된다"며 "경매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 일확천금을 바라고 쉽게 뛰어들어서는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