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느끼는 수준이 아니라 음악이 영혼의 일부인 것 같았다." AP통신이 '돌아온 피겨퀸'김연아(23)의 명품연기에 찬사를 보냈다.
김연아가 2년 만에 밟은 메이저 무대에서 국제대회 공백의 우려를 깨끗이 잠재웠다. 김연아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시니어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69.97점으로 3.11점 차 1위를 차지했다. 기술점수(TES) 36.79점에 예술점수(PCS)가 33.18점이다.
2위는 지난해 우승자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ㆍ66.86점), 3위는 무라카미 가나코(일본ㆍ66.64점). 아사다 마오(일본)는 6위(62.10점)에 머물렀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챔피언 김연아는 이어 17일 오전11시46분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 나서 4년 만의 세계선수권 대회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 명품연기 예전 그대로=김연아가 이날 획득한 점수는 그가 2006년 이후 국제대회에서 받은 점수 중 통산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올해 1월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받았던 64.97점보다는 높았으나 지난해 12월 독일 NRW 트로피 때의 72.27점보다는 낮았다.
영화 '뱀파이어의 키스'삽입곡 선율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연아는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어진 트리플 플립과 플라잉 카멜 스핀에서 감점을 당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이너바우어와 더블 악셀에서 가산점을 얻었고 점차 격정적으로 변하는 음악에 맞춰 체인지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도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뒤 9,000여명 관중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 '현미경 판정' 극복이 과제=김연아가 쇼트 프로그램 1위에 올랐지만 점수는 상대적으로 박한 느낌이다. 심판진이 유별나게 김연아에게 들이대는 현미경 판정 때문이다.
김연아는 이날 두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롱에지(잘못된 에지 사용) 판정을 받아 점수가 깎이면서 70점 벽을 넘지 못했다. 자신도 실수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흔들림이었다. 아사다 등 경쟁자들에 비하면 훨씬 엄격한 판정을 받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AFP통신은 "심판진은 깊은 인상을 받지 않은 것 같지만 관중은 김연아의 연기를 사랑했다"며 박했던 점수에 간접적으로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실력으로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인지가 프리 스케이팅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