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상식' 밖 인사청문회

[기자의 눈] '상식' 밖 인사청문회 이성기 기자 sklee@sed.co.kr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공직 수행에 있어 적합한 업무능력이나 인간적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하는 것.' 한 포털 사이트에 '인사청문회'를 검색해보니 이렇게 나온다. 입법부인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권한이자 책무를 행하는 자리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청문회의 본질은 검증 그 자체라기보다 정책 청문회가 되도록 공직 수행의 '적합성' 여부를 철저히 따지는 것, 즉 검증의 '콘텐츠'에 있다. 이는 대부분이 공감하는 '상식'이자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주장하는 바다. 처음으로 실시된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인 8일 '상식'은 여지없이 깨졌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는 '사과(謝過) 공방'으로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국회 파행의 총체적 책임자인데 사과는커녕 한마디 언급도 없다. 청문회 진행은 의미가 없다"(곽성문 한나라당 의원) "한마디 정도 언급은 있어야지…. 아니면 퇴장하겠다."(이규택 한나라당 의원) 산업자원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학법 재개정안 강행처리 책임을 물으며 집중 포화를 퍼부은 반면 여당 의원들은 정치공세를 중단하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여야 의원간 고성 속에 김용갑 산자위원장은 시작 10여분 만에 정회를 선포해야만 했다. 오후3시30분이 넘어서야 가까스로 재개된 회의에서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정 내정자가 본회의장에 미리 들어간 문을 누가 열어줬는지 답하라"고 몰아세웠다. 같은 당 이규택 의원은 정 내정자가 백봉 신사상을 받은 사실을 언급, "영화배우 최민식씨가 훈장을 반납했듯 정 내정자도 상을 반납할 생각은 없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정 내정자도 "정치문제를 갖고 논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이 자리에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양해를 부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국회 공전의 책임이 당시 여당의 원내대표였던 정 내정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장외로 뛰쳐나간 한나라당에 있는지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사과 여부를 놓고 내정자가 장관이 되더라도 관련 상임위 활동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며 흥분하는 데는 공감하기 어렵다. 하루는 업무수행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기에도 너무 빠듯한 시간이 아닌가. 입력시간 : 2006/02/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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