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가격 급락과 거래실종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강동구에서는 재건축 급매물이 거래되기 시작해 주목된다. 둔촌동 한 중개업소의 유리벽이 급매물 시세표로 뒤덮여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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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재건축단지 아파트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준(俊)강남권으로 불리는 강동구 일대 재건축단지는 강남ㆍ송파구 등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가격은 강남구 일대와 마찬가지로 약세지만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살아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최소한 강동구 재건축단지들은 바닥을 치고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6일 일선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강동구의 대표 재건축단지인 고덕주공과 둔촌주공에서는 최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덕주공 2단지 18평형의 경우 지난해 최고점(8억3,500만~8억4,500만원)보다 1억원 정도 하락한 7억3,500만~7억4,000만원선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이 지역 금성공인의 김해숙 대표는 “최근 가격이 낮은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면서 “급매물이 소화되다 보니 값도 더 이상은 떨어지지 않는 추세”라고 말했다.
둔촌주공 역시 고덕주공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가격이 1억원 정도 빠지면서 가격이 낮은 일부 급매물들은 매수세가 붙는 분위기다.
이 지역 부동산랜드서울공인의 민대성 대표는 “최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더 이상 빠질 게 없다고 생각하는 매수자들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1,560가구로 구성된 명일동 삼익1차 아파트도 최근 안전진단 통과 이후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 같은 매수세 회복은 강남ㆍ송파구 일대 재건축 추진단지들이 1억~2억원이나 떨어진 급매물에도 불구하고 거래 실종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실제로 강남권 중층 재건축을 대표하는 대치동 은마, 잠실동 주공5단지 등은 지난해 말 이후 많게는 시세보다 2억~3억원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매수ㆍ매도호가 격차가 커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강동구 재건축에서 급매물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은 매수ㆍ매도호가간 격차가 거의 사라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덕동 A공인의 한 관계자는 “강동구 일대 저층 재건축단지들은 그동안 가격상승폭은 강남구 등에 못 미쳤지만 올 들어 강남구 등과 함께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며 “투자자들 사이에 가격이 저점을 찍었다는 판단이 선 것 같다”고 전했다.
정태희 내집마련연구소 연구원은 “강동구 일대 재건축단지들은 가격 급락으로 지난해 가을 이전 수준까지 내려갔다”며 “강남구 등에 비해 너무 저평가됐다는 판단이 매수세 회복으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