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구안 발표 왜 늦어지나
계열사 반발지속에 마무리 '주춤'
현대의 '자구안'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현대는 현대전자의 계열분리, 오토넷 등 계열사 매각, 건설 보유 서산농장과 인천철구공장, 계동사옥 매각,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등 일가의 사재출자, 건설 경영진 퇴진 등을 담은 자구안을 17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시기를 늦췄다.
이는 채권단이 '실현가능한 자구계획'을 요청하는데 계동사옥 매각과 전자의 조기 계열분리가 최종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 현대는 처음에 계동사옥을 중공업에 넘길 계획이었으나 중공업의 반발로 일이 틀어지고 있다.
현대는 중공업이 계동사옥 매입을 계속 거부하고 있어 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중공업 지분 9.25%(3,300억원)중 2.7%(500억원)를 중공업측에 매각해 상선이 그 돈으로 계동사옥을 인수하는 새로운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선이 반발하고 나섰다.
김충식 상선사장은 "지금도 사옥이 2개(무교동 현대빌딩 서관, 적선동 현대상선 빌딩)여서 무교동 건물은 팔려고 내놓은 상태"라며 "(계동사옥을 사는 것은)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자동차 소그룹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 2.69%(940억원)와 오토넷(800억원), 인천철구사업공장(420억원) 등 2,160억원 규모를 지원하기 때문에 여력이 부족하다. MH계열인 현대상선이 다소의 피해를 감소하고 계동사옥을 인수하지 않을 경우 자구안 발표가 예상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자의 계열분리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2003년으로 예정되어 있는 것을 1년 정도 앞당겨 오는 2002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계열사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상선과 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전자지분 9.25%와 7.01%를 가능한 한 빨리 3% 아래로 낮추어야 계열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선과 중공업은 전자의 지분을 낮추기 위해 주식을 매각할 경우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정이 어렵다.
현대는 상선과 중공업이 매각하는 물량을 국제 반도체업체나 금융그룹 등 컨소시엄에 넘겨 전자를 독립경영시킨다는 생각이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번 자구계획의 핵심인 서산농장과 일부 계열사 매각 등은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서산농장은 일반매각해 6000억원을 조달한다는 생각이다. 3,100만평의 땅을 평당 2만원씩만 받아도 자금조달은 충분하다는 것. 토지개발공사와는 위탁매매계약을 체결, 2,100억원을 긴급 지원받기로 합의가 됐다.
카 오디오 부품업체인 오토넷(800억원)은 MK 계열의 기아자동차, 인천철구공장(420억원)은 인천제철이 인수한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 2.69%(940억원)은 모비스(옛 정공)가 매입할 예정이다.
현대는 또 건설사태에 책임을 지고 건설의 김윤규 사장과 김재수 부사장 등 가신 경영자들이 퇴진하고 MH가 경영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채수종기자
입력시간 2000/11/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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