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효과인가 안보 불감증인가

북한 연일 도발 수위 높이는데 증시는 무덤덤
글로벌 증시 호조가 北 리스크 희석시켜
일부선 "급변사태 충격 대비해야" 지적도


북한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닌 걸까. 정전협정 파기, 서울ㆍ워싱턴 불바다, 남북 불가침 합의 파기 등 북한의 도발 수위가 연일 높아지는 것과는 달리 증시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과거 북한 리스크가 고조될 때도 증시 충격이 하루 이틀 정도에 불과했다는 학습효과로만 해석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안보불감증을 염려하며 급변 사태에 따른 증시 충격에 대비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08%(1.61포인트) 오른 2,006.01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북한 리스크는 지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코스닥지수는 오히려 외국인이 398억원어치를 사들인 영향으로 0.33%(1.80포인트) 오른 543.10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시가 반응하지 않은 것은 글로벌 증시가 호조를 보이면서 북한 리스크를 희석시켰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이미 글로벌 증시에 비해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상태라 추가하락의 여지가 좁다는 것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는 이미 글로벌증시에 비해 덜 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북한관련 악재가 터지더라도 하락폭은 제한돼 있다”며“북한 리스크는 늘 일회성으로 끝났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추세를 반영해 움직이는 증시에 정치 리스크는 단기변동성만 키우고 끝난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경색이 기업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증시를 이끌어가는 대형주들은 수출주가 대부분이라 남북관계 경색만으로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적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안보과 북핵관련 이슈는 정치의 문제지만 증시는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로 움직인다”며 “전면전이나 국지전이 터지지 않는 이상 개별기업들의 실적이 북한문제로 감소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을 투자자들은 잘 알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전날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보인 것도 북한 리스크 때문이 아니라고 본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날 코스피지수가 떨어진 것은 북한 리스크보다 펀드환매 물량, 엔저현상, 정부조직 미완성 등의 여러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친 탓”이라고 판단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안보불감증을 염려하며 북한 리스크가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충격에 대비해야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관련 리스크가 길어지면 증시에 상승 모멘텀을 붙잡는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다 국지전이라도 일어난다면 큰 충격이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 팀장은 “이번에 북한은 일본ㆍ중국ㆍ한국 등 새 정부가 들어선 곳들을 대상으로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발발할 수도 있고 우경화하고 있는 일본도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급변사태에 따른 증시충격에 대비해 투자자들은 투자자금의 일부분을 현금으로 갖고 있을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