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봄의 왈츠’를 추고 있는 것은 ‘기업 실적 호전’과 ‘넘치는 유동성’이라는 호재가 어울려 상승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다우지수가 그동안 한번도 넘지 못했던 1만3,000포인트에 올라서자 시장에서는 글로벌 증시가 강세 무드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국 경기 둔화가 심화되고 2ㆍ4분기부터 기업 실적이 나빠질 가능성을 들어 ‘묻지마’ 투자에 나설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각국 증시 주요 저항선 일제히 돌파=한국과 미국은 물론 유럽ㆍ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1일 1,500포인트의 벽을 깬 데 이어 24일에는 1,556포인트까지 올라서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다우지수도 1만2,000선을 돌파한 지 거래일수 기준 126일 만에 1만3,000선을 뚫었고 영국ㆍ독일ㆍ프랑스 등 유럽 각국의 증시들도 올 들어 주요 지지선을 일제히 상향 돌파하는 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정부가 금리인상, 지급준비율 인상 등 강력한 과열 억제책을 발표하고 전문가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과열 경고를 내놓았지만 증시로 몰리는 자금의 물줄기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월 3,000포인트 고지를 처음 밟은 데 이어 지금은 3,700선을 훨씬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서 4,000포인트 돌파도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적 훈풍, 풍부한 유동성 ‘쌍끌이 견인’=시장에서는 최근의 글로벌 증시 강세 행진은 탄탄한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모습이 다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만큼 기초체력이 튼튼해졌다는 것. 2월 말 전세계 거래소 시세판을 시퍼렇게 멍들게 했던 ‘차이나 쇼크’의 충격을 한 달도 채 안돼 완전히 극복한 것도 증시의 기초체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다우지수의 1만3,000선 돌파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은 알코아ㆍ아마존닷컴ㆍ코카콜라 등 주요 기업들의 1ㆍ4분기 실적 호전이었다. 기업의 실적 호전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고 이것이 증시 호황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1만2,000선을 돌파한 후 다우지수의 30개 기업 중 약 절반이 10% 이상의 투자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와 같은 저금리의 통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역시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증시 자금 유입이 더욱 확산되고 있어 증시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주식 아직 저평가’ 대 ‘조정 가능성 대비해야’=글로벌 증시가 이처럼 강세행진을 지속하자 시장에서도 낙관론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데 무게중심을 두며 아직도 투자하기에 늦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SYM파이낸셜어드바이저의 네일 도나호 투자책임자(CIO)는 “(미국) 주식은 저평가돼 있다”며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실적은 앞으로 예상보다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 침체 가능성과 유가 상승, 그리고 2ㆍ4분기 이후 기업 실적 둔화 전망 등 아직 불확실성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미니안빌닷컴의 토드 해리슨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약간 현기증이 나는 시기”라며 “단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밀 검사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