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경력 조종사 경영학교수 됐다

“항공기 종사자로서 항공안전 측면의 경영에 관심이 생겨 경영학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현직 대한항공 B747-400의 조종사이면서 대학 교수라는 이색직함을 가지게 된 주인공이 있다. 바로 대한항공의 백형조(59) 기장. 그는 1만8,000 비행시간에 30년 비행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기장이자 현재 홍익대 경영학과에서 마케팅 과목을 맡아 출강하고 있다. 항공사와 관련된 경영과 서비스에 대해 알고 싶어 6년 전 홍익대 국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이달 중 마케팅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다. 백 기장은 “비행하며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외국에 나가면 도서관과 서점을 다니면서 보다 다양한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가 교수가 되기까지 조종사라는 직업이 많은 도움이 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색경력 못지않게 이색강의로도 유명하다. 그는 최근 다녀온 비행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해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수업 중간에는 외국에서 사온 초콜릿이나 과자 등을 나눠줘 학생들에게 인기를 독차지한다. 이 때문인지 제한정원 50명이던 그의 강좌는 정원이 100명으로 늘어나 추가 수강신청을 받을 정도였다. 백 기장은 “조종사로 일하면서 강단에도 서는 나를 보고 학생들도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말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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