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공식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독일 통일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주역들을 만나 남북통일 재원 마련 방안 등을 언급하며 “통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필연적 과제이다.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날 베를린에서 동독의 마지막 총리로 서독과의 통일 협상을 이끈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총리 등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독일과 달리 우리는 6ㆍ25전쟁을 치렀고, 독일의 경우보다 많은 상처가 남아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독일의 경우 통일재원 확보 시기가 늦어 어려움이 컸다는 점을 교훈 삼아 한국은 남북통일을 위한 재원 마련을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는 독일측 참석자들의 조언을 깊이 경청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이 밖에도 독일측 참석자들은 독일통일이 미국의 적극적인 후원 아래 가능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한국의 경우에도 강력한 우방인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의 독일측 참석자 전원을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ㆍ독 통일자문위원회 첫 회의에 공식 초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로타르 드 메지에르 전 총리와 통독 당시 서독 내무 장관으로 통일 조약에 서독측 대표로 서명한 볼프 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헬무트 콜 전 서독 총리의 보좌관으로 통독 프로세스를 설계한 호르스트 텔칙 전 총리 외교보좌관, 통일 당시 서독 육군의 동부지역 사령관으로 동·서독 군 통합을 주도한 외르크 쉔봄 전 독일 국방 차관 등이 참석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독일 유력지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 인터뷰에서 아랍 국가의 연쇄적인 민주화 혁명을 뜻하는 ‘재스민 혁명’이 북한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북한은) 재스민 혁명과 같은 움직임을 거역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한이 권력 이양 단계여서 남북 대화가 경색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권력 세습이 3대로 이어지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북한은 안정성을 원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북한은 아마도 대화 용의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만일 권력 이양이 계획대로 이뤄져도 김정일의 대표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 행위와 관련, “앞으로는 북한의 도발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며 “이러한 자세를 통해 북한이 한국을 더 이상 위협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북한에 도발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솔직한지 지켜본 뒤에 이들의 대화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날 오전 전용기편으로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해 독일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현지 교포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하고 폴커 부피어 헤센주 총리가 베푸는 만찬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