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매각 국부유출 불구 세금마저 회피 대책시급외국인들이 국내 대형빌딩 매입과 관련, 편법거래방식을 통한 취득세ㆍ등록세 절세(?)는 또 다른 형태의 국부유출이란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덩치가 큰 부동산이 매물로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이것을 사들일만한 주체는 외국인들 밖에 없기 때문에 유리한 조건에서 헐값으로 사들여 국부유출 시비가 일고있는 상황에서 세금까지 덜 내 이중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빌딩을 사들이는 외국인들은 조세특례제한법과 지방세법상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은 기업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현물출자된 법인을 제3자가 인수할 때 취ㆍ등록세를 감면토록 하고 있다.
지방세법 역시 수도권에 본점을 둔 5년 이상된 법인이 수도권 소재 부동산 매입시 취ㆍ등록세를 매매가의 5.8%만 부담토록 돼있다.
외국자본의 경우 수도권 소재 오피스빌딩 매입시 자사 명의로 하든, 새로 법인을 신설해 사들이든 취ㆍ등록세가 중과세 돼 매매가의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이는 현행 세법상 신설법인이 수도권 소재 부동산을 매입할 때 취ㆍ등록세가 중과세토록 돼있는데 대다수 외국 부동산 투자회사ㆍ은행들은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물출자된 법인 매입
조세특례제한법의 감면 규정을 이용한 것으로 외국자본이 주로 사용하는 거래수단이다.
우선 매도자가 SPC(특별목적회사)를 설립, 그 법인에 빌딩을 현물로 출자한 뒤 외국자본이 해당회사 지분을 인수하는 것.
현물출자된 법인을 인수하게 되면 결국 오피스빌딩을 매입하는 셈이다. 외국자본에 넘어간 대부분의 건물이 이런 방식으로 거래됐다.
현물 출자된 법인을 인수할 경우 취ㆍ등록세가 전액 면제된다는 조세특례법상의 규정으로 외국자본이 빌딩 취득시 부담하는 세금은 과점주주 취득세 2.2%등 매매가의 5%선에 불과하다.
◇설립 5년이상된 휴면법인 매입
지방세법은 수도권 과밀억제 차원에서 설립연도가 5년 미만된 법인이 수도권 소재 부동산 취득시 중과세토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5년이상된 휴면법인을 사들이고 그 법인 명의로 빌딩을 매입하며 취ㆍ등록세로 정상세율인 매매가의 5.8%만 부담하면 된다.
외국 부동산 투자회사ㆍ은행 등이 본사 차원에서 부동산 관리가 어렵거나 빌딩 매도자가 SPC 회사 설립을 거부할 때 사용하는 거래수단이다. 외국자본에 팔린 건물 중 20% 정도가 이런 방법으로 넘어갔다.
◇현행법으로는 막을 방법없어
외국자본은 세법상의 감면규정을 활용했을 뿐 탈세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국적 부동산투자회사의 한 관계자는 "변호사ㆍ회계사 등의 충분한 자문을 거쳤다"며 "불법행위를 저질러 탈세를 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절세한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자치부 지방세과 관계자도 "탈세와 절세를 구분키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현행법상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탈세는 아니지만 명백한 조세회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한 회계사는 "이는 현행법을 교묘히 활용한 조세회피로 국부유출도 아까운데 거기에 세금까지 깍아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세법이 잘 발달된 국가도 절세를 가장한 조세회피 수단이 등장하기 때문에 매년 세법을 개정한다"며 "국내 부동산 시장이 개방된만큼 외국자본의 절세기법을 면밀히 검토해 보완조치를 마련하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종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