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및 테헤란로 일대에 본사를 둔 국내 전력그룹사들이 이달 중순 남동발전을 시작으로 줄줄이 지방 이전에 나선다. 오는 12월 전력그룹사 맏형인 한국전력까지 전남 나주로 이전하면 사실상 '삼성동 한전' 시대는 저물고 전력그룹사들이 전국에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각 지역에서는 이들 대형 공기업을 환영하는 움직임이 한창이지만 전력그룹사들 사이에서는 지난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한전과 발전회사들이 쪼개진 후에 사실상 완전한 결별이 이뤄지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력수급 여건이 아직 불안하고 자원개발이나 연료수급 등의 측면에서 공조할 사항이 많은데 전력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력그룹사 가운데 남동발전이 최초로 이달 15일 경남 진주 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한다. 현재 삼성동 한국전력 인근 글라스타워에 둥지를 틀고 있는 남동발전은 총 350여명의 본사 인력이 완전히 진주로 옮겨간다.
이어서 동서발전이 5월 말까지 울산으로, 남부발전과 중부발전은 10월에 각각 부산 문현 혁신도시와 보령으로 이전한다. 울산혁신도시에는 특히 석유공사·에너지관리공단·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에너지 유관기관들이 집중적으로 이전한다.
이와 더불어 한전과 전력거래소·한전KDN·한전KPS 등의 기관들은 광주 전남혁신도시가 들어서는 나주로 올해 말까지 이전을 완료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서부발전은 2015년에 각각 경북 경주와 충남 태안으로 본사를 옮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과 발전회사들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따라 분리된 후 물리적으로도 완전히 떨어지게 됐다. 지금은 그나마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각 발전회사 본사들이 배치돼 전력그룹사 사장단 등의 업무 공조가 유기적으로 이뤄졌지만 이제는 거리감이 너무 커진 것이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발전회사들이 2011년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후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대부분 분리되긴 했지만 삼성동 한전을 중심으로 꾸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해왔다"며 "앞으로 지방 이전이 완료되면 사실상 한전과 유관기관들이 다른 회사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전력그룹사들의 지방 이전과 함께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2단계 논의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현재 정부는 전기판매 경쟁 도입 등 전력시장 경쟁 촉진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10여년 전 발전회사와 한전이 분리된 것에 이어 한전의 판매조직이 분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학계에서는 한전의 판매 부문이 점진적으로 각 지역에 거점을 둔 발전회사들로 이전되면서 지역별로 차등화된 전기요금 체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력그룹사 관계자는 "이번 전력그룹사 지방 이전과 함께 국내 전기판매시장에도 다시 한번 구조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