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행진 장기화 우려

내년 석유수요 증가전망 불구 산유국 증산여력은 줄어

산유국들의 증산여력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내년 세계 석유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유가 고공행진이 장기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발표한 월간보고서에서 내년 세계 석유수요는 하루 8,400만배럴로 올해의 8,220만배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IEA의 올해와 내년 석유수요 전망치는 당초보다 각각 70만배럴씩 상향조정된 것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여력은 하루 60만배럴로 전체 석유수요의 1%에도 못 미친다고 밝혔다. OPEC의 지속가능한 증산여력은 하루 120만 배럴로 추정되지만 이라크, 베네주엘라,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는 국내사정 등으로 즉각 증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OPEC의 증산여력은 하루 600만~700만배럴로 세계 석유수요의 8% 가량을 차지했었다. IEA에 따르면 지난 7월 세계 원유생산량은 하루 평균 8,350만배럴을 기록했다. 수요량보다 겨우 120만배럴 정도 많은 양이 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전세계 생산량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석유회사인 유코스의 상황에 따라 국제유가가 춤을 추고 있는 것도 세계 원유 수급상황이 이처럼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유코스는 하루 170만배럴 정도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석유 전략가인 아담 지민스키는 “원유 증산여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작은 충격이라도 가해진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쉽게 넘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IEA의 전망대로라면 고유가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IEA에서 월간보고서를 작성하는 책임자인 크라우스 레하그는 “세계적인 경기 호조로 중국, 미국 등에서의 석유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생산량은 한계에 달해 있다”며 “현재의 고유가가 내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11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은 전일에 비해 배럴당 28센트 (0.6%) 오른 44.80달러에 마감했다. 유가는 올해 초에 배해 37%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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