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화장품 산업의 중심축이 유럽·미국 등 서구권에서 한국·일본 등 아시아로 넘어왔습니다. 다우코닝도 연구개발(R&D) 역량을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에리코 사쿠라이(54·사진) 한국다우코닝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활약상을 치켜세우며 "서구권 화장술을 들여와 답습하기 바빴던 그간의 흐름이 역전돼 이제 아시아가 주도적으로 화장품 시장을 이끄는 견인차가 됐다"고 말했다.
에리코 회장은 "한국다우코닝은 글로벌다우코닝의 전체 매출에서 5위를 차지하는 중요 기지"라며 뷰티 업계의 숨은 핵심원료인 실리콘의 효용과 성장 가능성에 청사진을 그렸다. 그는 "파운데이션·BB크림 등의 제품을 중심으로 아모레퍼시픽 등 한국 업체들의 세계적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기능은 물론 화장품 냄새·촉감 등 모든 것에 깐깐하고 세련된 한국 소비자의 특성 때문인지 한국 화장품 제조에 활용되는 실리콘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리코 회장은 다우코닝 내 뷰티 전문가로 통한다. 미국다우코닝 본사에 뷰티 케어 마케팅 담당자로 입사한 후 뷰티·헬스케어 부문 글로벌마케팅 디렉터 등을 역임하며 지난 2011년부터 한국다우코닝을 이끌어왔다. 현재 다우코닝은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애경 등의 국내 화장품 업체를 비롯해 한국콜마·코스맥스 등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에 실리콘 원료를 제공하고 있다.
에리코 회장은 "실리콘이라는 소재가 얼핏 생소하지만 화장품을 비롯해 다양하게 활용된다"며 "이 원료를 사용하면 화장품의 질감을 개선해 발림성을 좋게 하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 공기와 수분의 투과율이 높아 모공이나 피부를 막지 않고 피부가 숨 쉴 수 있도록 해줘 화장품 원료로 효용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등 한국 화장품 기업을 필두로 한 아시아 화장품 산업의 성장세와 맞물려 실리콘 기술도 갈수록 정교화되고 있다는 게 '실리콘 전문가'인 그의 평이다.
높아진 관심만큼이나 한국다우코닝의 국내 활동도 더욱 분주해졌다. 15~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코스메틱스 코리아에 참여해 다양한 뷰티 제품에 폭넓게 쓰이는 실리콘 원료들을 선보였다. 인코스메틱스 코리아는 국내외 200여개의 화장품 원료 공급업체들이 참가하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화장품 원료 산업 전시회로 매년 영국·프랑스·스페인을 포함한 유럽·남미·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돼왔다. 한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리코 회장은 "한국다우코닝은 지난해부터 '트렌드 랩 샘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 제도를 통해 최근 미국·유럽 등 글로벌 굴지의 뷰티 기업이 실리콘을 활용한 한국 화장품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 랩 샘플'은 전 세계 뷰티 기업들에 실리콘이 어떤 기능으로 화장품에 다양하게 활용되는지 샘플 화장품을 만들어 선보이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