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없애 병·의원 약 싸게 사게한다

복지부 '약가제 투명화案' 확정
병원·약국은 이윤 커지고 환자는 부담 줄어
리베이트 신고포상제 도입등 처벌 대폭강화
제약업계 반발거세 입법과정까지 험로 예상



정부가 제약업계의 극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16일 대대적인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한 것은 더 이상 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방치할 경우 제약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의약품 거래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완전히 뿌리 뽑아 국민과 환자의 약값부담을 덜어주고 이에 따라 발생한 약가 인하액은 병·의원의 수가를 현실화하는 재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의료기관·약국에는 이윤 인정, 환자 부담은 감소=정부는 저가구매에 따른 인센티브를 병·의원, 약국에 직접 돌려줘 이들이 실제 구매한 가격에 신고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예컨대 현재는 상한액이 1,000원인 약을 병·의원, 약국에서 1,000원에 구매한 것으로(실상은 대부분 이보다 싸게 구매) 청구한다. 이 경우 병·의원, 약국은 건강보험에서 약값의 70%인 700원을, 환자에게서는 환자부담금 30%인 300원을 받아 1,000원을 벌게 돼 이윤이 전혀 없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가 시행돼 앞으로는 1,000원짜리 약을 900원에 구입했다고 제대로 신고할 경우 일단 환자부담금은 실 구매가(900원)의 30%인 270원으로 30%(30원)가 줄어든다. 또한 병·의원과 약국은 건보 재정으로 700원, 환자에게서 270원을 합한 970원을 받게 돼 약값을 제한 7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의료기관이나 약국은 의약품을 싸게 살수록 이윤이 커지고 환자의 약가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은 대폭 강화=새로운 제도는 리베이트 제공에 따른 처벌의 형평성을 강화했다.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구매하는 과정에서 제약사 또는 도매업자에게서 금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의 형사처벌이 신설된다. 또한 금품을 받은 금액이나 위반 횟수에 따라 자격정기 기간도 현행 2개월에서 최장 1년까지 연장된다.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두 차례 이상 적발되면 해당 품목은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제외시켜 보험적용을 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리베이트 수수사실을 신고해 확인되면 최대 3억원까지 지급하는 '신고포상금 제도'도 새로 도입하고 이를 어긴 병·의원이나 약국에 대해서는 국세청에 의뢰해 세무조사도 받도록 할 계획이다. ◇제약업계 반발로 입법과정 험난 예상=정부가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지만 입법과정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리베이트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받는 쪽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제약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앞으로 제약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도는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리베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제약업계의 무한 가격경쟁을 몰고 와 수익을 악화시키고 이에 따른 연구개발 재투자 감소로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현재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는 법안소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을 비롯해 의사와 치과의사ㆍ약사 출신이 5명이나 되는 만큼 관련 법안의 개정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박하정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달과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개정되도록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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