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가격 널뛰기' 걱정 덜었어요

■ 이마트 이천 후레쉬센터 가보니
상추·수박도 CA 저장기술 적용 물류혁신
유통기한 크게 늘어나고 당도 등 품질 균일하게 유지
장마·태풍전 조기공급 수월… 가격도 20~30% 낮아져

8일 경기도 이천 이마트 후레쉬센터에서 직원들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CA저장고에서 저장보관중인 수박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CA는 저온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상품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저장기법이다. 이마트는 오는 10일부터 CA 저장 수박 판매를 시작한다. /사진제공=이마트

"CA 저장고 개방합니다. 산소 마스크 한 번 더 확인하세요."

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신하리. 영동고속도로 이천나들목을 빠져 나와 5분쯤 더 달리자 이마트의 농수산물 저장창고인 후레쉬센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레쉬센터 3층에 들어서자 빨간색 경고문구가 새겨진 CA 저장고가 눈에 들어왔다. CA 저장고의 산소 농도는 5% 내외. 건강한 성인이라도 10분을 버티기 힘든 곳이다. 이홍덕 이마트 후레쉬센터장은 "CA 저장고는 이마트의 신선식품 저장기술이 집약된 설비"라며 "최근 업계 최초로 수박과 상추에 CA 저장기술을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세계 최초로 대기조절(CA·Controlled Atomsphere) 저장기술을 수박과 상추에 적용하고 물류 혁신에 나선다. 그간 난공불락으로 꼽혔던 수박과 상추의 유통기한이 대폭 늘어나 장마철 가격 등락이 심한 농산물의 가격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CA 저장기술은 농산물의 노화를 억제해 수확 당시의 상태를 최대한 오래 가져가는 기술이다. 온도와 습도만 조절하는 기존 냉장·냉동창고와 달리 CA 저장고는 저장고 내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체온을 낮춰 대사활동을 최소화하는 저체온 치료와 비슷한 원리다.

이마트는 2012년 9월 후레쉬센터를 가동할 당시부터 CA 저장고를 운영해왔다. 그간 CA 저장고를 거친 사과는 유통기한이 8개월가량 늘어났고 배추, 자두, 복숭아, 멜론 등도 3개월 이상 길어졌다. 하지만 수박과 상추는 쉽지 않았다. 온도와 대기에 조금만 변화를 줘도 금세 시들어 상품성이 떨어졌다.

이마트 후레쉬센터는 지난 1년 동안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수박과 상추에 최적화된 저장법을 찾았다. 저장기술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수박과 상추에 CA 저장기술을 도입한 사례는 전무하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허치훈 후레쉬센터 지원팀장은 "CA 저장고의 설비는 수입산이지만 운영기술은 이마트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라며 "그간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수박과 상추에 CA 저장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CA 저장고에 보관한 수박과 상추를 전국 148개 이마트 점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통상 2~3일 내외였던 수박의 유통기한은 10일로 늘어났고 3일이면 폐기해야 했던 상추도 최대 15일까지 판매가 가능해졌다. 특히 수박은 수확 후 3일이 지나면 단맛이 급격히 떨어지는 일명 '맹탕 수박'이 되기 일쑤였지만 CA 저장기술을 통해 상당 기간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가격도 한층 저렴해졌다. 이마트 판매가격 기준으로 CA 저장고를 거친 수박은 지난해 장마철보다 1통당 2,000원~2,500원 낮아졌고 상추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30% 가격을 낮췄다. 이마트는 앞으로도 후레쉬센터 CA 저장고를 통해 유통기한을 늘린 농산물을 체리, 참외, 파프리카, 브로콜리 등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또 이번에 CA 저장기술 적용에 성공한 수박과 상추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유통기한을 각각 15일과 30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홍독 이마트 후레쉬센터장은 "상추와 수박에 CA 저장기술을 도입하면서 생산자는 장마나 태풍이 오기 전에 조기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고 소비자도 우수한 품질의 농산물을 안정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며 "후레쉬센터가 질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원천기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계속 연구,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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