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기준 6억으로 올려 부담 덜어줘야

■ 2주택자 전세보증금 과세 유지
서울 전셋값 3.3㎡당 1228만원… 3억 기준땐 85㎡형 상당수 대상
필요경비 인정비율 높이는 등 이중과세 경감대책도 필요

정부가 2주택자의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 방침을 일단 유지하기로 하면서 함께 언급한 세 부담 경감 방안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과세는 주택 매수심리를 위축시키며 매매시장 침체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을 세 부담 경감 방안은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시장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사실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과세 방침을 유지하기보다는 폐지해야 수요자들의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폐지하지 않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경감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과세 부담 경감 방안은=전세 과세 부담 경감 방안에 대해 시장에서는 과세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는 부부 합산 2주택자로 전세보증금 합계가 3억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간주임대료에 대해 과세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시장에서는 과세 기준이 되는 전세보증금 합계액을 6억원 정도까지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세보증금은 3.3㎡당 1,228만원 수준이다. 85㎡형일 경우 3억1,600만원 정도로 현재 방침대로라면 상당수의 서울 전세아파트가 과세대상이 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로서는 2주택자에 대한 전세 과세를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6억원까지 기준을 올린다면 전세 과세 원칙은 유지하면서 과세 대상을 줄일 수 있어 시장이 느끼는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중과세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임대소득에서 이자소득에 대한 공제를 강화하는 등 공제 항목이나 공제율을 늘리는 방식도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부처·당정 엇박자…결론은 7월 이후=전세 과세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당장 마련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여당인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과세 원칙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김낙회 기재부 세제실장은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2주택자에 대해서도 과세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2주택자 전세 과세 여부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지금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과세를 할 수는 없다"며 "한 달 정도 시장 상황을 보고 과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현재 비수기에 접어든 시장을 고려하면 당정 협의 역시 7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장영향은 적을 듯…불확실성부터 없애야=시장은 2주택자에 대한 전세 과세 철회가 유보되면서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만이 적지 않다. 최근 주택 매매시장이 침체된 원인은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정부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수요자들이 결정을 미뤄온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가 시장에 당장 변화를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전세 과세에 대한 입장을 완전히 정리한 뒤 입법화가 이뤄질 때까지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함 센터장은 "사실 과세를 철회하거나 세 부담을 경감하는 것보다 시장의 불안 심리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세 과세는 매수심리를 위축시키는 원인인 만큼 정부가 확실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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