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동남아시아 경제에 정정 불안과 경제성장률 둔화, 금리 급등, 통화가치 급락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경고했다. FT는 특히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이른바 '팁스(TIPs)'를 위험국으로 지목했다.
TIPs 국가들은 모두 내년에 정치적인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태국은 현재 반정부 시위대가 잉락 친나왓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약 50일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내년 2월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위대가 잉락 총리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적어도 내년 2월까지 정정 불안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내년 4월과 7월에 각각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 역시 초강력 태풍 '하이옌'의 영향으로 농작물 출하에 차질이 생겨 물가가 급등, 주민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 지난달 필리핀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3.3%로 9개월 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도 흔들리고 있다. 태국에선 2008년 이후 가계부채가 급증,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아시아 최고 수준인 80%까지 치솟았다. 인도네시아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상수지 적자가 GDP 대비 3%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최근 HSBC는 필리핀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의 6.8%에서 5.8%로 하향 조정했다.
FT는 이런 각국의 정황에 더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가 단행되면 금리 상승에 따른 부채 부담 증가와 달러화 강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외국인 투자금 이탈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시장이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징조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태국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한 주 동안 총 3억2,500만달러의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갔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달러화 대비 가치가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필리핀 증시도 연중 최고점 대비 약 20%나 낮다.
다만 일부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TIPs의 성장잠재력이 크므로 금융자산 가치가 많이 하락한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