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업 3년째를 맞고 있는 전자부품회사 사장 K씨(37)는 자금을 구하지 못해 고민에 빠졌다.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설비 증설을 위해 모 투자회사로부터 지분 15%를 넘기는 조건으로 15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 통장에 입금된 돈은 10억원에 그쳐 나머지 5억원을 조달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K씨가 현금 외에 받은 것은 투자회사가 지분투자한 I사의 주식 5억원어치. I사는 비상장 법인이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현금화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그나마 장외에서 거래가 거의 끊겨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이마저도 투자회사가 미래의 주식가격이 적정수준 이상 오를 경우 다시 산다는 바이백(buy- back) 조건을 달아놓았기 때문에 헐값으로 팔기도 어려워 K씨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대출 받을 때 일정부분을 다시 정기예금 등으로 예치하는 방식과 같은 '꺽기'가 벤처투자에도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한마디로 빵을 달라는 자에게 돌을 주는 것과 다름없다.
K씨가 이렇게 불리한 조건으로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벤처 주변의 자금사정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자금 조달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창구에서는 담보물건을 내놓든지 신용보증을 받아오라고 해 보증기관을 찾았으나 심사에서 번번히 떨어졌다. 또 지분을 넘기는 조건으로 창업투자회사 등 기관들을 찾아 투자를 권유해 보았으나 퇴짜맞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대금업체 등을 통한 사채업체의 문을 두드렸던 K씨는 연 50%~70%에 달하는 살인적인 고금리에 기가 질리고 말았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135개 창업투자 업체들의 상반기 투자실적이 투자계획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4,414억원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투자가 대부분 업력 5년 이상의 성숙기업에 집중돼 K씨 회사와 같이 업력이 짧은 신생기업들은 배제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기업이다. 또 모든 기업은 처음에는 벤처로서 출발한다. 벤처가 죽으면 한국자본주의의 앞날에 동력은 끊기고 만다. 이대로 벤처를 죽이고 말 것인가.
온종훈<성장기업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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