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원론적 합의…협상 차기정부로 넘어갈듯

원자바오, 한미FTA에 위기감 서둘러 방한
교역액 2,000억弗 조기실현 등은 공감대
김포~상하이~하네다 '3각셔틀' 현실화임박

노무현(오른쪽)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방한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갖기에 앞서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최종욱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된 후 중국 내부에서는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의 경제ㆍ외교ㆍ안보 주도권이 약해지고 미국 측으로 쏠릴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하다고 정부 당국자가 귀띔했다. 미국에 맞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3(한ㆍ중ㆍ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을 통한 협력을 강화하고 유엔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국 내에서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10일 회동은 힘의 균형에 이처럼 미묘한 변화의 와중에 이뤄졌다. 이날 회동에서도 양측은 유엔ㆍAPEC 등 국제무대에서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합의했다. 원 총리의 측근인 구안안핑이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예정에 없던 서울 방문을 위해 일본 일정을 이틀 단축했다”며 “이는 중국이 한국을 동맹국으로 본다는 메시지”라고 언급한 점은 이런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원 총리가 산적한 정치ㆍ외교 현안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를 이날 회동의 핵심 의제로 올린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한중 FTA, 원론적 수준 합의 그쳐=지난 5일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원 총리는 “양국간 FTA 공동 연구를 빨리 마무리하고 FTA를 조속히 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중국의 몸이 달아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 총리는 이날 회동에서도 조속한 한중 FTA 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의 속내는 급할 게 없다는 것.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준비상황에 맞춰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양측은 결국 회동 결과 발표에서 “양국이 공동 연구로 윈윈할 방안을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혀 원론적 수준의 합의에 그쳤음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안에 한미 FTA 외에 추가로 중국과의 FTA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우보(牛步)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한덕수 총리가 9일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한중 FTA 협상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밝힌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셔틀 노선 등 미시적 경협 방안에는 합의=두 정상이 연초 합일점에 이르지 못했던 김포~상하이 셔틀 노선을 개설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하네다~김포에 이어 일본과 중국은 하네다와 상하이간 셔틀 노선을 추진 중이고 여기에 김포~상하이 셔틀 노선까지 만든다는 데 공감대를 이룸으로써 이른바 ‘3각 셔틀’노선이 현실화할 시간도 머지 않았다. 이들은 이와 함께 한국 기업의 중국 3세대 이동통신 사업 참여와 무역 불균형 해소, 수교 20주년을 맞는 오는 2012년까지 교역액 2,000억달러 목표 달성 등에도 의견을 모았다. ◇중국, 대북 특사 파견할까=외교적 측면에서 볼 때 원 총리의 방한은 양국 차원을 넘어 더 큰 의미에서 상징성을 지닌다. 우연히도 이날 미국의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서울을 찾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코앞으로 다가온 2ㆍ13 베이징 합의에 따른 60일 이행시한(14일)을 감안할 때 이번 정상회담으로 BDA 문제와 관련된 해법을 도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특사가 평양을 방문해 일거에 국면을 타개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중국 측은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북한에 보내 북핵 문제의 물꼬를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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