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가 허용된 지난 62년이후 91년까지 30년동안 외국인투자유치금액이 모두 합쳐 93억달러에 불과한데 10개월동안 끌어들인 달러가 100억달러를 넘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정도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지금까지 연간 외국인투자유치 규모가 100억달러를 넘은 나라는 고작 18개국. 우리나라는 올해 세계 20대 외국인투자유치국 대열에 올라설 것이 확실하다. 또 올해 목표인 150억달러를 달성할 경우 중국에 이어 아시아 2위의 투자유치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한국은 외국인투자 문호를 개방한 이후 연간 외국인 투자유치액이 최초 1억달러(72년 1억2천만달러)를 돌파하는데 10년, 10억달러(87년 10억6천만달러)를 넘어서는데 15년이 걸렸다.
50억달러(97년 69억7천1백만달러)를 뛰어넘는데 다시 10년이 걸렸으나 100억달러를 돌파하는데는 불과 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외국인투자 100억달러 돌파 의미및 효과 = 외국인들이 국내 기업에 투자한 달러가 10개월동안 10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것은 외환위기로 바닥까지 추락했던 국가경쟁력이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달러는 속성상 수익을 쫓아 다니게 되어 있다.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들의 입질이 활발하다는 것은 미래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와 기업은 외환위기이후 국가부도를 막기위해 달러를 단 한푼이라도 더 끌어들이려 온갖 노력을 다해왔다.
그 노력들이 2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풍성한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인투자는 외환보유고 확보에 10%이상 기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벼랑 끝으로 몰렸던 기업들이 외국인투자에 성공해 위기를 탈출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성공사례 = 외국인투자유치로 성공한 대표적인 그룹은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은 외환위기 이전부터 비핵심 사업부문을 대거 해외에 매각함으로써 구조조정을 무리없이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한화가 매각한 계열사는 한화NSK정밀, 한화GKN, SKF한화, 한화자동차부품, 한화기계(베어링부문), 한화석유화학(과산화수소, PMMA사업부문)등 6개사에 달한다. 한화는 이를통해 3억1,200만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여 지난 97년 1,214%에 달하던 부채비율을 183%로 대폭 낮췄다.
한솔제지는 팝코전주에 전주공장, 팝코싱가폴에 상해공장을 매각해 9억5,000만달러를 유치, 부채비율을 380%에서 212%로 개선시켰다.
라이신사업을 바스프코리아에 매각한 대상은 핵심주력부문을 매각해 외자를 유치한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LG LCD는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해 부러움을 사기도했다. LG LCD는 필립스사에 7만2,500주를 주당 2만6,483원에 넘겨 16억달러를 유치했다.
벤처기업인 로커스는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액면가의 20배를 받고 1,600만달러를 끌어들여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기술개발자금을 축적시킨 사례로 꼽히고 있다.
◇전망 = 외환위기이후 국내 기업의 해외매각이 줄을 잇자 국부유출, 헐값매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최근 청와대에서 개최된 외국인투자가 간담회에서도 밝혔듯이 정부의 외국인투자 유치는 지속 추진될 전망이다.
산자부는 외국인투자가 국내 경제에 1석5조의 효과를 주고 있다고 강조하고해외로드쇼개최등 외국인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경없는 무역이 가속화되고 아직 매각되지 않은 거대 공기업들이 많아 연간 외국인투자규모가 100억달러를 웃도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동석기자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