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내년에 성장폭이 올해에 비해 둔화될 것이나 고용상황 개선으로 자생력이 강화되면서 장기적인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것이라고 월가 관계자들이 29일 전망했다.
이들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4.4% 가량 성장한데 반해 내년에는 그폭이 3.5-4% 수준으로 위축될 것이라면서 조지 부시 행정부의 감세 정책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단 금리인하 `약발'이 올해보다는 덜 먹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고용 시장이 완연히 개선되고 이 때문에 가처분 소득도 늘어나면서 당국의경기 진작책에 크게 의존해온 상황에서 벗어나 내년부터는 지탱 가능한 성장 쪽으로진입하게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달러 약세가 지금처럼 점진적인 추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와 테러 위험과이에 따른 유가 재폭등 가능성이란 돌변수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경제금융정보 전문서비스 블룸버그가 62명의 월가 실물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27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내년에 3.6% 내외 성장할 것으로예상됐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앞서 전망한 3.5%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러나 미 상무부가 곧 발표할 예정인 올해 성장률 4.4%에는 못미치는 것이다.
클리블랜드 소재 내셔널 시티 코프의 리처드 드카서 수석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내년에 성장 속도가 완만해지는 것이 차리리 낫다"면서 "너무 빨리 성장할 경우인플레 위험이 그만큼 높아지고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질 경우 주저앉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 속도가 늦어지면서 영역이 확장되는 것이 당국의 경기 부양에 덜 의존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고용이 늘고 이를 바탕으로 부(富)가 증가하는 것이 경제를 더 자생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소재 FTN 파이낸셜의 크리스토퍼 로 애널리스트도 블룸버그에 "내년에는주택시장 열기가 올해에 비해 식는 상황에서 성장이 4% 수준으로 둔화될 것"이라면서 그러나 경기 회복세가 다양한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지탱 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즉 신규 고용이 내년에 240만명 가량으로 올해보다 20만명 늘어나며 수출 증가율도 올해 8%인 것이 근 12%로 확대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또 실질 임금도 올해는 줄었으나 내년에는 0.5% 가량 증가하며 기업의 자본 지출은 내년에 증가율이 14%로 올해보다 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로는 예상했다.
뉴욕 소재 로스 코프의 제임스 치시 최고경영자도 블룸버그에 "내년에 성장이둔화되는 것이 차라리 낫다"면서 "GDP가 3-4% 증가하는 것이 미 경제의 잠재력에 딱맞는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뉴욕 소재 JP 모건과 메릴 린치의 애널리스트들도 같은 견해를 보였다. 메릴 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팀은 "미 경제에 새로운 에너지가 주입되고 있다"면서 지탱가능한 장기확산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고용시장 개선을 특히 주목하면서 현재 5.4%인 미국의실업률이 내년말 5.2% 혹은 그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도 내년이 올해에 비해 전망이 밝다는 낙관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미공급관리협회(ISM) 분석이 전했다.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업체의 52%와 제조업체의 절반이내년 상반기에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응답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블룸버그에 경기 회복세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면서 내년에는 자동차와 의료장비업 등도 호조를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또 중소기업인 60만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전미독립비즈니스협회(NFIB)의 지난 11월 조사에서도 경기낙관지수가 근 4포인트 상승해 지난 83년 이후 가장 높은월간 수준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시카고 소재 라살 뱅크의 카를 탄네바움 수석애널리스트는 AP에 완만한 인플레가 좋은 소식이기는 하나 테러 위협과 달러약세 가속화, 그리고 유가가 또다시 폭등할 수 있다는 점이 돌발변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뉴욕 소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데이비드 위스 애널리스트는 AP에 미경제 성장이 내년에 올해에 비해 눈에 띄게 둔화될 것이라면서 미국인이 체감하는경기 상황도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에 고용시장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은 빅 뉴스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