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지키란 말인가, 지키지 말란 말인가. 왜 법을 어길 수밖에 없도록 규정을 만들어놓았는가.」해마다 서울지하철노조의 파업시즌이 오면 시민들은 항상 알쏠달쏭한 이같은 의문에 빠진다. 지하철노조가 파업 3~5일 전부터 열차운행시간표에 역마다 30초씩 정차하도록 한 규정을 들어 역마다 30초 또는 그 이상을 세우는 「준법투쟁(?)」을 벌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지하철노조는 지난 14일 승무부에 하달한 「승무지부 투쟁지침 6호」를 통해 15일부터 지연 운행할 수 있는 10가지 규정준수운행 세부지침을 철저히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노조가 규정을 준수해 열차를 운행한다는 의미로 내세우는 「준법투쟁」의 「준법」이란 말은 사실과 다르다. 지하철 운행지침 「지하철운전취급규정」 32조에서는 「기관사는 열차가 지연됐을 경우 허용속도 범위 내에서 회복운전을 해야 하고 여객취급 또는 기타 작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정차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31조에는 「열차는 정해진 운전시각에 의해 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못박고 있다.
노조가 열차운행시간표를 들어 타고 내릴 손님도 없는데 역마다 30초씩 또는 1분 이상 지체하는 행위는 「정차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규정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다.
노조는 자신들이 편리한 대로 이 규정을 해석하고 시민의 안전을 핑계로 손님이 별로 없는 곳에서도 장시간 정차, 늦을까 가슴 졸이는 출근길 시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서울지하철노조 관계자는 15일 이같은 지적에 대해 『우리들은 준법투쟁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언론이 그렇게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의 요구를 주장하면서 「준법」 또는 「규정준수운행」이란 말로 진실을 가리는 것은 투쟁에 임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오현환 사회부기자 HH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