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시장의 키워드(KEY WORD)는 사이버화(인터넷), 증권화, 겸업화, 세계화이다.사이버화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서는 무수한 분석과 보고서가 나오고 있지만 그 정확한 파장은 사실 가름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발달에 따라 사이버화가 급진전되면서 현재 남아 있는 기업의 절반가량만이 다음세기에 생존할 것이라는 무서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화(SECURITIZATION)는 그동안 주택저당채권등 일부 자산에만 근거해 진행되다가 자동차할부채권, 주택 임대채권, 일반대출채권, 신용카드채권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 발행됐거나 발행될 예정이다. 또 「안정적인 현금수익의 가능성」만 있다면 기초자산이 유형이 아니더라도 예를 들어 가수의 노래, 작가의 소설등을 자산으로 ABS발행이 가능한 시대가 된다.
21세기는 겸업화의 시대이다. 이미 겸업화는 현재도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은행에서 뮤추얼펀드, 수익증권 판매등 기존 증권·투신업무를 하고 있고 증권사들은 인수, 중개업무를 통해 기업들의 대출수요에 응하고 있다.
이러한 겸업화는 사이버화와 합해질 때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 21세기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된다. 지금도 원스톱서비스, 원스톱쇼핑이 유행하고 있지만 21세기에는 인터넷상에서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시대가 된다. 주식거래도 하고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도 사면서 대출이나 예금, 계좌이체, 자동차보험등 보험상품 가입, 랩 어카운트를 통한 자신의 모든 자산관리, 나아가 홈쇼핑 등이 모두 사이버상의 한공간에서 가능한 시대가 된다.
세계화 역시 당연한 귀결이다. 이미 삼성전자, 한국통신, 포항제철 등 국내 우량기업의 주식예탁증서(DR)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지만 이들 기업외에도 국내 우량기업들이 굳이 국내증시에만 있을 이유가 없다. 뉴욕, 런던, 동경증시및 나스닥이 바로 우리기업들이 활동하는 증시가 되는 셈이다.
인터넷화, 사이버화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많은 언급들이 있지만 정확한 영향이나 대응에 대한 분석은 사실 별로 없다. 선진국에서는 주식시장이 우리처럼 증권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시장이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주식 발행, 인수, 유통이 가능한 시장이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앞으로 은행, 증권, 보험등 전 금융거래가 한자리에서 가능해 질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증권사들은 최대 수입원인 위탁수수료가 낮아지게 된다. 올부터 본격화된 국내 인터넷 증권거래의 성장속도는 무섭다. 이미 전체 주식거래의 15%를 차지하고 있고 곧 40~50%선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연구원 金善浩박사)
은행권은 전통적인 예대마진이라는 개념이 무너지게 된다. 직접금융이 발달하고 인터넷 상에서의 유가증권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에게 전통적인 대출이나 은행이 더이상 필요치 않은 것이다.
결국 인터넷화가 진전되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금융기관은 겸업화, 금융기관간 전략적 제휴가 급진전되면서 금융기관이 인터넷 상에서 원스톱 금융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업자(IP, INFORMATION PROVIDER)로 변신하는 셈이다.(동양증권 리서치센터 洪椿旭연구원).
여기에 랩 어카운트라는 고객의 종합자산관리가 도입되면 전통적인 의미의 금융거래는 더욱 무의미하게 된다. 랩 어카운트는 고객이 자기자산의 운용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증권사등 금융기관에 맡기고 금융기관은 자산규모나 성과의 정도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체계로 운용된다. 여기에 은행이라든가 증권, 보험, 투신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와관련 국내 금융기관들은 한결같이 투자은행화를 21세의 경영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다. 투자은행이란 바로 유가증권 발행, 인수, 유통에 참여하면서 수수료수입과 투자수입을 노리는 금융형태이다. 파생금융상품등 신상품 개발이나 유통, 기업 인수·합병(M&A)도 주요 투자업무이다.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들의 투자은행화는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투자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력과 우수한 금융기법이 전제가 된다. 금융연구원 金박사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너도나도 투자은행화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은행이 가능한 금융기관은 대형은행 몇곳과 재벌계열 증권사 몇몇 등 소수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21세기 금융환경의 변화과정에서 적응할 수있는 곳이 바로 재벌계열의 대형 금융기관들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금융독점 및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연구원 김세진(金世振)박사는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핵심으로 하는 금융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위원회등 재벌개혁을 주도하는 감독기관에서는 『소유구조등 재벌개혁을 현재 단행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리한 일』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자본시장의 선전화를 추구하면서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불거질 수 밖에 없는 금융독점의 심화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21세기 금융지도를 가름해 볼 수 있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안의식 기자 ESA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