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에 따라 한국은행의 발권력이 동원되면서 다시 한번 ‘특혜 지원’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유동성 지원에 따라 늘어난 통화량은 다시 흡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마땅한 ‘물주’를 찾지 못한 정부가 특정 기업 지원을 위해 한은을 동원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일 정부의 회사채 안정화 방안을 보면 정부와 정책금융공사는 재원조달을 위해 각각 3,500억원을 분담한다. 문제는 정금이 지원할 자금을 한은에서 지원 받는다는 점이다. 정부도 논란의 소지를 의식해 한은이 직접 신보에 출연하는 형식은 취하지 않았다. 한은법에 규정된 금융기관 대출근거를 활용, 3,500억원을 저리에 대출하면 정금이 이를 활용하는 방식을 쓰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조건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만약 한은이 1%에 대출하고 정금이 4%에 운용할 경우 정금은 3%포인트의 이자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정금의 이자차익 규모가 3,500억원이라면 10조원대의 엄청난 유동성이 지원된다는 역산이 나온다.
문제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사(私)기업을 살리기 위해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금융안정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역할론을 들이밀고 있지만 현재 시장 상황이 금융안정 기능을 요구할 만큼 나쁜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은이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충격으로 회사채시장이 뒤흔들릴 때 5조원을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 상황이 그때처럼 ‘패닉’에 빠진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발권력으로 공급된 유동성이 세금처럼 당장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늘어난 유동성이 물가나 국가경제 부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확대한 통화량은 통화안정증권 발행으로 다시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