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이하 한적)가 '남북 이산가족 유전자은행' 설립, '유언 영상편지' 제작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나섰다. 1세대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를 감안, 사후에라도 가족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남겨 재산다툼 등의 소지를 막고 북녘 이산가족에게 영상편지ㆍ유언을 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영철(사진) 한적 사무총장은 13일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끊긴데다 1세대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지난해 약 5,000명이 돌아가셔서 이 같은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며 "통일부도 오는 9월 말 시행예정인 '남북 이산가족 생사 확인 및 교류 촉진법'의 취지에 따라 긍정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다만 "유전자은행 설립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데다 한적이 유전자검사 결과 등 개인정보를 보관하는 것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해 보건복지가족부 등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유전자은행 설립 재원과 관련, 김 총장은 "남북협력기금에서 충당하는 방법을 살펴봤지만 법률상 기금은 남북 이산가족 교류 행사에만 쓸 수 있도록 돼 있어 정부와 민간의 지원을 받아 고령 이산가족 복지대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유전자은행의 경우 한적은 1차로 5,000명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유전자검사 등에 10억원 정도 드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일부는 관련 예산을 내년부터 책정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적은 우선 법적 근거, 비용 등의 면에서 유전자은행에 비해 추진하기 쉬운 '유언 영상편지' 제작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종래의 이산가족 영상편지는 이미 한번 상봉한 가족을 대상으로 안부를 전하기 위한 것인 데 비해 한적이 새로 추진하는 영상편지는 상봉 유무와 상관없이 고령 이산가족의 자료를 영상과 함께 입력ㆍ저장했다가 나중에 북녘의 이산가족에게 '마지막 메시지'로 전달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고령 이산가족들에게 상봉 가중치를 준다고 해도 북녘 가족을 만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영상편지가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영상 CD를 구워 가족들에게 전달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적은 이와 함께 약 9만명의 고령 1세대 이산가족 중 5% 정도 되는 홀로 사는 노인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가족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보약 제공 등 복지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